오는 11월 25~26일 부산 해운대에서 제30회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담이 열린다. 2014년 제25회 회의에 이어 두 번째 부산에서 열리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 차례(2009년 제주) 회의 중 두 차례가 부산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대아세안 교류에 있어 부산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다.
이번 회의는 미중 무역 분쟁, 한일 간 외교 갈등 등 동북아 정세의 유동적 상황 속에서 개최되는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다. 특히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플러스 3 정상회의’에 이어서 열려, 한·중·일 3국의 공동 협력 어젠다와는 별개로 3국 간 대아세안 교류 주도권 경쟁에서도 우리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세안은 세계 경제의 성장 센터로서 10년 이후에는 미국이나 중국의 경제 규모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수출 시장 면에서도 아세안은 2018년에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부산의 경우에도 미국, 중국에 이어 제3위권 수출 대상지로 그 점유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을 찾는 아세안 관광객도 날로 늘어나 2018년 부산 방문 외국인 총 247만 명 중 17.8%를 차지했다. 특히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도시 외교 정책부서를 신설하고 신남방·북방팀을 가동해 대아세안 협력 행보를 가속해온 바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취임 이후 싱가포르, 호찌민 등 5개 지역을 방문하여 도시 차원에서의 협력과 교류에 주도적인 행보를 가속했다. 필자도 올해 3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방문 때 활발한 협력 논의를 하고 도시 외교 현장에 참여하였다. 그 이후 후속 프로젝트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진흥원의 예를 들면, 지난 8월 초 베트남 호찌민에서 부산 의료특별전을 개최하여 의료산업 분야 협력을 재점화하는 데 나섰다. 또한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조선기자재업체를 후속 파견하여 Pt Pal 등 현지 조선소에 대한 납품 상담회를 조만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담 부산 개최를 계기로 향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향으로서 다음 네 가지 정도를 제시해 본다.
첫째, 나라별로 특성화된 계획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아세안 10개국은 경제 발전 정도가 다르고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종교적·문화적으로 다양한 구성을 보이는 국가이어서 특성을 감안한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 아세안 국가에 대해서는 부산형 ODA(공적 개발 원조)의 활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동시에 구현하는 협력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 아세안은 한국형 경제성장을 벤치마킹하는 데 관심이 크다. 부산이 전국 최초로 개발한 복합 교통카드 시스템을 비롯해 생곡매립장의 쓰레기 매립 및 자원 순환 기술, 수리 조선, 수산 양식업 및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산의 퇴직 기술자를 포함한 전문가 파견을 통해 우리 기술에 대한 수용기반을 우선 조성해 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민관 합동 투자(PPP, Public·Private·Partership) 방식을 통해 민간의 투자 리스크를 정책적으로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필리핀 베트남 등은 PPP 사업지원을 위한 중앙부서를 설립하고 지원체계를 법제화하고 있는데, 우리도 민간업체들에 현지 진출의 리스크를 부담 지울 게 아니라 시 산하 공기업과 민간이 협력하는 구도로 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부산업체 전용 산업공단 조성, 블록체인, 스마트 시티, 드론 등 공적 기술 협력센터 가동, B2B, B2C 전자 상거래 사이트 공동 운영 사업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넷째, K푸드 K패션 K팝 등 한국형 문화 서비스 사업 분야의 현지화 전략에 부산이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한류에 대한 호응도나 민감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번 회의 이후 부산에 설치 운영될 부산 콘텐츠 빌리지에 한류 미용 및 한식 전문가 양성 코너 등도 운영해서 한국 문화(K-culture)의 비즈니스 전초기지로 육성하는 방안이 그 한 예다.
이번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는 메콩강 유역 5개 정상회의가 별도로 개최되므로 이 지역과의 협력 프로젝트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콩강 위원회와 협력해서 드론을 활용한 식생지대 변화상황 관측과 측량사업 활용 등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경우 대한항공이 개발하여 낙동강 하구 지역에 적용하고 있는 실증모델도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무튼 이번 회의는 중앙정부가 주도로 하는 이벤트이지만 부산이 장소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기획과 개입, 주도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부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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