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은 인공지능·웨어러블 디지털 기기와 통신기술의 발달, 스마트폰 보급 등에 힘입어 고령화, 의료비 증가 등에 따른 사회적 과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오라클, IBM 등 세계 관련 기업이 헬스케어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한다. 세계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시장 규모는 2016년 960억 달러에서 2020년 2060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출처 ‘KOTRA 19-015’).

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은 나라마다 의료 상황이 다르기에 여전히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있는 분야로 생각한다. 특히 한국은 전기전자·통신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을 갖추었고 의료 영역 기술은 미국·유럽과 견줘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두 분야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단숨에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나 관련 기업·기관도 다양한 형태로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특히 부산의 스마트 헬스케어 수준은 어떠할까? 일단, 인프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4개 대학병원이 부산시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부산시도 헬스케어산업을 육성하려는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여전히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끄는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최윤섭 대표가 최근 한 말을 중심으로 부산이 다시 고민해봤으면 하는 점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새로운 데이터가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주체에 의해 측정·저장·통합·분석되는 것이 디지털 헬스케어 또는 스마트 헬스케어의 핵심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데이터’ 적용부터 저장·통합·분석하는 모든 과정에까지 장벽이 있다. 오죽하면 한 투자회사 이사가 ‘한국 헬스케어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아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대규모 투자를 받은 세계적 헬스케어 회사들 대부분의 공통점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불법이거나 수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임을 관련 업계 사람은 이제 다 안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방향으로 최윤섭 대표는 허용되는 시스템 아래에서 최선의 답을 찾거나 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에 도전해 시스템을 변화시키거나 다른 시스템으로 가는 것(해외 진출)이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생각된다. 시스템을 가장 잘 아는 의료인들의 협력과 도전을 부산시가 이끌어줄 수만 있다면, 부산이 먼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환자 진료비를 대납해줄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생각해보자. 환자가 CT, MRI를 예약하고 미리 결제할 수 있게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현재는 불가능하다. 의료기관이 검사 전에 검사 비용을 환자에게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의 진료정보(예약 정보)를 다른 기관에 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를 대행해주는 기관이 있고, 돈을 미리 내는 대신 일정 부분 할인을 적용해줄 수 있다면 환자에게 이익이 생길 수 있다. 환자가 돈을 미리 내므로 당일 노쇼(No Show)를 예방해 의료기관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서비스 제공 업체는 일정 기간 비용을 잡아둠으로써 생기는 이자로 수익을 가져가는 상생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환자·의료기관·새로운 서비스 주체만 나선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적용되도록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면, 많은 의료기관이 단기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는 이런 서비스가 처음에는 많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민간이 나서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은 언제나 꿈꾼다. 환자의 건강과 삶이 매일 매일 더 나아지는 꿈이다. 그 꿈을 더 크고 멋지게 만들 수 있도록 부산이 더 달라졌으면 한다. 서로 이야기하고 들어줬으면 한다. 소통이 모든 것의 시작 아닐까?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