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마지막 순간까지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라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면 일본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일본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의 극적인 입장 변화가 없다면 지소미아 종료는 불기피해 보인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종료 시한(오는 23일 0시) 이후 상황 대처에 무게를 싣고 있는 듯하다.

상황은 간단치 않다. 미국이 한미일 동맹 차원에서 지소미아 연장을 요청했고, 이에 더해 방위비 부담을 고리로 한미 동맹의 근간인 주한미군 문제까지 거론했다. 정작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지소미아 문제를 촉발한 일본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요지부동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막무가내식 태도에는 지소미아 종료를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는 여론이 깔렸다. 일본 우익 성향 매체의 조사이나 지소미아 종료를 받아들인다는 여론이 70%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생각을 달리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기본적으로는 과거사 반성 문제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가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됐음은 누구나 아는 바다. 또 문 대통령 지적처럼 일본은 우리의 방파제 역할 덕에 안보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중 국방비 지출 비율이 2.5%에 가까운 반면 일본은 1%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예다. 게다가 한미일 동맹은 일본으로서도 존립의 근간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문 대통령 입장은 명확하다.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선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미국의 한일 양국에 대한 중재 역할과 한일 양국 간 물밑 협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미지수이나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이라도 찾아야 하겠다. 그 핵심이 일본의 입장 변화다. 문 대통령도 지소미아 종료 배경을 국민에게 설명했듯이 종료 이후 상황도 냉정하게 대처하며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지소미아 종료에 비판적인 일각의 지적도 국민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