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넷플릭스의 간판 정치 드라마 제목인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의 원래 뜻은 종이 카드로 포개 쌓아 올린 집처럼 기반이 없고, 엉성하고, 진실되지 못한 신기루 같은 상황을 말한다. 이후 의미는 확대됐는데, 드라마에서는 권모술수와 협잡이 판치는 미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을 빗대 사용됐다.

부동산 시장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신용카드 즉 빚(부채)으로 산 집을 뜻한다. 요즘 후배들을 만나면 우스개로 “우리 집 거실은 국민은행 거고, 안방은 신한은행 소유고, 진짜 내 집은 화장실뿐이에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부동산 열풍에 집을 사기는 샀는데 너무 과도한 부채를 짊어졌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다.

최근 발표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자료를 보면, 최근 약 1년간 서울에서 주택을 구매한 30대는 평균 3억 원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제출된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건데, 평균 6억 원대 집을 구매하면서 집값의 55%는 부채를 동원했다. 30대의 3억 원 부채. 굉장히 충격적인 뉴스인데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오히려 당연시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가 이 부채에 대해 얼마나 둔감한지 알 수 있다.

요즘 오프라인, 온라인 모두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한편에서는 “이제 급락한다”고 외치고, 다른 편에서는 “이제 진짜 시세 폭발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양극단 주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하나의 통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엇갈린다. 바로 ‘가계부채’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1572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빚까지 포함하면 이제 1600조 원 가계부채시대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그런데 이 부채 중 70% 가까이는 부동산과 연계돼 있다. 앞서 봤지만 이제 30대들까지 3억 원대 빚을 지고 집을 사려고 달려들고 있다. 부동산이 급락할 것이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런 엄청난 규모의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것이고, 부동산 담보대출이 부실화되고, 버티지 못한 집주인들이 너도 나도 물량을 내놓고, 그러면서 집값은 무너질 것이라고 한다.

반면, 아직 부동산은 더 많이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연체율에 초점을 맞춘다.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당시 4%에 육박했던 전체 가계부채 연체율은 지금 1%대에서 관리되고 있고, 시중은행(1금융권)만 떼어놓고 보면 7월 말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 0.29%에 불과하다. 빚을 많이 졌지만, 잘 관리되고 있으니 공포 분위기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시중 단기유동성은 1100조 원에 달해 향후 부동산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 덧붙인다.

이쪽 말을 들어보면 맞는 것 같고, 저쪽 주장도 참 일리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무엇을 봐야 할까. 딱 한 가지 지표를 꼽는다면, 바로 ‘시중금리’이다. 단적으로 말해 앞으로도 수년간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진다면 집값 조정은 있을지 몰라도 급락이 나오기는 힘들다. 집주인이 어떻게든 버틸 수 있고, 현금 유동성이 끊임없이 부동산에 입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 상승은 치명타이다. 금리 연 1.5%에서 연 3%로 상승은 고작 1.5%포인트 오른 것이지만, 내 원리금 부담은 2배로 커져 버틸 수가 없게 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도 심심하면 트위터를 통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향해 금리 인하를 집요하게 압박한다. 아예 마이너스 금리까지 주장한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필자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정책금리)와 별개로 시장의 시중금리는 더 떨어지기 힘들다고 전망한다.투기등급의 회사채 시장(금리)도 위험해 보이고, 선진국 국채 금리도 이미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데다, 향후 추가적 경기 부양은 금리를 낮추는 소극적 방식이 아닌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노골적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중금리가 따라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말 향후 집값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저금리시대가 과연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해 집중하길 바란다.

경제칼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