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지난 22일 종료 6시간을 앞두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조건부 연장과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유예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야 정치인들 간, 한미정부 간, 한일정부 간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다.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정부는 ‘국익이 동맹보다 우선 한다’고 맞섰다. 주요 야당 대표는 ‘한·미·일 동맹 훼손은 자해행위이며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이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 약화는 결국 북한·중국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압박했다. 사드 배치와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간 현안이 생길 때마다 정부·정치인·국민 간 견해도 엇갈린다. 이때 빠짐없이 ‘동맹과 국익’이 등장한다. 동맹과 국익은 어떤 의미이기에 이럴까?
국익은 ‘국가 안전과 발전을 위해 전체 국민이 추구하는 목표와 이익’으로 정의된다. 근대 이후 일반적으로 민주국가는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며, 한국의 경우 분단 현실을 반영해 통일이 목표로 부가된다. 이런 가치를 외부 공격에서 지켜내기 위해 군사력이, 이런 가치 실현을 위한 물적 토대를 위해 경제력이, 이런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 문화력이 필요하다. 하드 파워인 군사력과 경제력, 소프트 파워인 문화력을 조합해 가치 실현에 최적화해내는 능력이 정치력이 될 것이다. 국익은 군사력·경제력·문화력을 구성 요소로 하고 이를 최적화할 정치력을 수단으로 하는 일체의 행위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익은 각국이 추구하는 철학적 이념적 가치에 따라, 구성요소를 어떻게 증진시키고 어떤 요소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동맹은 각국이 목표와 이익 실현을 위해 타국과 함께 행동하기로 맺은 약속, 조직체, 그런 관계를 말한다. 국제관계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이러한 동맹이 꾸준히 유지되려면 국가 간 평등관계와 상호이익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두 조건 중 하나라도 깨지면 그 동맹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세계 질서는 급속히 냉전체제로 재편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 진영 간 적대적 관계가 형성됐다. 서방 진영은 공산화를 저지하려 유럽에서 NATO동맹(북대서양조약기구)을, 공산 진영은 여기에 대항해 WTO동맹(바르샤바 조약기구)을 결성했다. 동아시아에서 서방 진영은 한·미·일 동맹을, 공산 진영은 소련 중국 북한 간 동맹을 형성하고 대립했다. 이런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다. 서방 진영은 미국이 주도해 자유무역을 기조로 국제경제 질서를 구축했다.
한국은 미국 군사력에 의지하고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일본의 중간재를 조립·가공하고 최종재를 생산한 다음, 미국에 수출하는 성장전략으로 경제력을 증진시켰다. 이런 냉전체제에서는 미국 주도 한·미·일 동맹에 따르는 것이 한국 국익에 부합했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부터 진행된 중국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개혁개방을 실시했다. 한국은 적대 국가였던 중국 러시아, 동유럽 국가들과 수교하고 경제교류를 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이러한 ‘북방정책’은 경제력 증진을 통해 국익에 기여했다.
세계화는 개혁개방으로 전환한 옛 공산 진영의 경제력도 향상시켰다. 특히 중국은 G2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정도로 지난 30년간 놀랍게 성장했다. 중국의 등장은 여러 나라 국익 셈법에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무역으로 미국 경제력이 약화되고, 중국 군사력 강화로 미국의 세계전략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한다. 전방위로 중국 견제전략이 추진된다. 여기에 동맹국에게 이른바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오직 미국 국익을 우선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셈법이 더해졌다.
국제 관계에서 자국 중심적 국익 추구는 불변의 법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질서가 변하면 각국 국익셈법도 달라진다. 세계화시대에 사드 배치와 방위분 담금에서 보듯 미국 전략을 따르려면 한국은 ‘무임승차론’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하고 중국의 보복에 따른 경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 한미동맹이 호혜적 관계인지 한미동맹 틀 안에서 미국 추종전략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시점이 되지 않았는가?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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