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7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부산시의 야심찬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시가 증액을 요청한 21개 국비 사업 모두를 예산 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반영하지 않아서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2일)을 넘긴 데다, 여야 정쟁으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사실상 멈춘 터라 국비 증액 전망이 더욱 어두운 상태다.

최대 난관은 기재부가 증액 요청 사업 중 3분의 2가량에 대해 ‘수용 곤란’ 의견을 피력했다는 거다. ‘수용 곤란’은 거부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후속사업의 하나인 ‘아세안 유학생 등 융·복합 거점센터 건립’이 포함돼 있다. 또 ‘수용 곤란’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후속사업으로 꼽히는 ‘한·아세안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빌리지 구축’도 기재부로부터 ‘추후 검토’ 판정을 받았다. 장기 침체에 빠진 부산경제를 회생하는 데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들에 먹구름이 드리운 셈이다.

시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250억 원을 투입해 해운대에 ‘한·아세안 ICT 융합 빌리지’를 조성해 부산과 아세안 간 디지털콘텐츠 교류 거점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한·아세안 ICT 융합 빌리지’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에서 관심 의제로도 채택됐다. 그래서 오거돈 시장은 이를 “정상회의에서 부산시가 거둔 최대 성과”로 평가하기도 했다. 시의 애착을 넘어 아세안의 이목이 쏠리는 사업의 국비 증액에 제동이 걸렸으니 여간 난감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기재부가 ‘추후 검토’ 내지 ‘신중 검토’ 의견을 밝혀 재고의 여지를 남긴 사업이나, 혹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후속사업만 추려 국비 증액을 다시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비 증액은 시만 감당할 사안이 아니다.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최종 처리되는 시간까지 지역 당정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매달려야 한다. 부산의 이익을 지키고 늘리는 데 여야가 나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유권자들은 잊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그 일을 심판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