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시계 제로다. 여야의 대치가 끝 간데없다. 지난달 27일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검찰개혁 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 모두 언제든지 적법하게 상정돼 표결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0일 이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을 이슈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등 저지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민주당은 ‘3일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신청을 철회하라’고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신청 철회가 없으면 법안 처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를 거부하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당 지도부에서는 법안 저지에 실패하면 의원직 총사퇴라는 초강경 발언도 나오고 있다. 여야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충돌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여야 싸움에 죽어나는 것은 민생이다. 반복되는 국회의 극한 대립과 파행에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다른 국정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당연히 국민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더욱이 요즘 국민은 경제 문제로 걱정이다. 여야가 민생을 계속 외면할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집권당인 만큼 민생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껴야 한다. 한국당 역시 명분과 실리를 따져보고 투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경 투쟁으로 일관하면 잃는 게 더 많다.

정치는 타협이라고 했다. 정당별 목표가 상충하더라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는 게 정치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역시 합의처리하는 게 맞다. 그래서 여야에 당부한다. 이제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국민의 뜻일 게다. 민주당은 군소 야당과의 협상에 골몰하면 안 된다.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타협에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당도 안 된다고 반대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대안을 내놔야 한다. 모든 정치 행위는 민심을 얻기 위한 것이어야 하는 점을 여야가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