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빌린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부울경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 지역 학자금 체납액은 집계가 시작된 4년 전에 비해 4.1~4.4배 늘어났다. 전국 평균 3.7배를 훨씬 웃돈다. 체납 건수 증가율도 전국 평균인 2.8배보다 높아 부울경 모두 3~3.2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을 못 하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없는 ‘학자금 푸어’ 청년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학자금 체납 급증 수치는 지역 현실을 보여주는 많은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부산은 사업체와 종사자 증가율 전국 최하위, 인구 순유출과 감소율 전국 최고, 출산율 전국 최저, 청년 인구 비율 최하위, 청년 실업률 전국 최고의 도시다. 취업률이 최근 소폭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주력산업인 제조업 분야의 임금 근로자는 오히려 줄었다. 비슷한 규모인 다른 도시와 비교해 좋아야 할 수치는 제일 낮고, 낮아야 할 수치는 제일 높다.

사실 이 모든 악성 지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연결돼있다. 부산 청년이 아무리 고향에 살고 싶어도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고, 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고용의 질이 나빠 결혼을 못 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부산은 일자리 없고 노인만 많은 그런 활력 잃은 도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돈을 벌어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는가.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되는 구조다.

부산시는 향후 3년간 각종 청년 지원 정책에 4900억 원을 투입하고, 이를 통해 5만 명의 청년을 10년 내 부산으로 유턴시킬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선언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또는 사회에 나가자마자 빚더미에 치이는 청년을 위한 근본 처방은 달리 있을 수 없다. 모든 문제의 답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탄탄한 중견기업이 많아지면 청년 유출, 실업률, 출산율 등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중앙과 지방정부, 상공계가 제대로 된 일자리 만들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