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공기업이 운영하는 경남 고성의 한 화력발전소가 최근 고용노동부 단속에 적발되었다.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장비 아래쪽에 노동자 접근을 막는 안전장치 ‘방호울’을 갖추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때문이었다. 1년 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내 하청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 씨가 같은 용도의 컨베이어 장비에 몸이 끼여 숨졌던 것도 바로 이 방호울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요인이 컸다. 이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단 고성의 화력발전소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노동부가 지난 10월 말부터 지난달 8일까지 이곳을 포함해 사내 하청 노동자가 많은 공공·민간 부문 대형 사업장 399곳에 대해 안전보건 점검을 실시한 결과, 260곳에서 안전조치 소홀이 드러나 과태료가 부과됐다. 또 353곳은 같은 이유로 시정지시가 내려졌다. 심지어 12개 사업장에서는 위험한 기계를 방호조치도 없이 가동하다 사용중지명령을 받았다니 기가 막힌다.

오늘은 김용균 씨의 사망 1주기다. 그가 한밤중 발전소 안에서 홀로 일하다 참변을 당한 지 꼭 1년이 됐다. 당시 2인 1조 근무원칙이 지켜졌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결국 인건비 절감이란 원·하청 구조가 낳은 비극이었던 것이다. 그의 죽음 이후 하청 노동자의 안전 강화를 위한 여론이 높아지고, 지난 1월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개정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상태다. 위험 작업의 무분별한 외주화를 제한하는 장치 등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나마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아직 미미하다. 개정법만 해도 노동자 안전보장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안전조치를 어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지 않고 낮게 정해져서다. 도급 금지 업무범위도 화학물질 중심으로 좁게 규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히 사망 같은 중대 산재가 발생하면 기업에도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또 다른 김용균이 나오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