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에 소재한 미군 55보급창(21만7755㎡)을 이전하는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한다. 국방부는 최근 미군기지 반환 브리핑에서 “부산시가 현재 위치처럼 해상과 육상 이송이 가능한 대체부지를 제시하고 이전에 따른 비용을 모두 대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부산으로서는 당연히 비상이다. 55보급창은 시의 대규모 현안 사업 핵심 부지다. 특히 엑스포 사업 대상지인 북항 일대와 바로 맞닿아 있다. 시는 보급창이 이전하면 엑스포 기념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가 엑스포 유치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2021년 국제박람회기구에 엑스포 사업의향서를 제출하기 전에 이전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부대가 이전하지 않으면 실사 과정에서 감점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부지는 시 ‘원도심 대개조’ 구상의 핵심 지역이다. 동천 도입부에 위치해 있어 시티크루즈선 노선의 기종점이다. 부산으로서는 이전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체부지와 이전 비용 확보다. 시는 지금까지 대체부지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구 340만 명이 넘는 대도시에 있는 미군 부대를 역내로 다시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역외 이전은 시가 더욱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 시·도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전 비용은 약 1조 원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재정 여건상 시가 모두 다 떠안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미군 55보급창 이전 문제는 정부 주도로 해결하는 게 맞다. 수십 년 도심에 자리 잡은 미군 부대 탓에 많은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보상하는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더욱이 엑스포 유치는 국가사업으로 확정됐다. 정부가 이전 문제를 정책과제로 다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시 역시 보다 더 전략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 같다. 부산시의회가 예산안 계수조정 과정에서 55보급창 대체부지 타당성 조사 용역비(시비 3000만 원)를 전액 삭감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어 하는 말이다. 시의 대처가 이런 식인데 정부를 어떻게 설득하겠나. 다급한 쪽은 정부가 아니라 부산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