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남천동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에 있는 한 낡은 아파트의 30평형대 호가는 지금 8억 원을 웃돈다. 정부가 해운대·수영·동래구 3곳을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기 전인 지난달 초만 해도 4억 원대였던 집이다. 부산에서 가장 핫한 재개발지인 부산시민공원 주변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부산시가 전임 시장 시절 확정한 계획을 바꾸려고 시간을 끄는 사이 일부 조합원은 집을 팔았는데 예상보다 변화 폭이 작은 합의안이 나왔고 그 직후 3억 원이 뛰었다고 한다. 요즘 부동산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땅을 치는 사람, 표정 관리에 바쁜 사람이 속출한다.

2000년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규제 완화를, 노무현 정권에서는 규제 강화책을 썼다. 역설적이게도 1년에 2, 3개씩 집권 5년간 10여 건의 큰 규제책을 쏟아냈던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데 이의가 별로 없다.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며 전쟁을 벌였지만, 2억 원짜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엔 14억 원까지 치솟았다. ‘강부자’ 정권의 면모를 드러내며 부양책을 썼던 이명박 정부에선 오히려 집값이 안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대출 세금 청약 공급 등 전 분야를 망라해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또 발표했다. 굵직한 것만 4번째, 자잘한 것까지 합하면 18번째다. 분양가 상한제 등을 도입했으나 서울 집값이 24주 연속 상승하자 내놓은 카드다. 이래도 효과가 없으면 추가 규제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강남 3구와 수도권에 2주택 이상인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은 6개월 내 집을 팔라고도 했다. 유례없는 조치다.

청와대 전·현직 참모 65명의 아파트 가격을 조사한 경실련이 “최근 3년간 1인당 평균 3억2000만 원이 올랐다”는 결과를 발표한 적 있다.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 없다”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강남아파트가 10억8000만 원,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과천 주공아파트가 10억4000만 원 올랐다. 이 정부 공직자들이 자기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고 이런 정책을 편다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는다. 다만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반드시 튀어오르는 두더지 게임같은 부동산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부동산 정책 오류를 인정하면서 “경제보좌관과 관계 장관들을 믿은 게 잘못이다”고 고백했다. 이런 후회가 또 나올까 걱정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