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소멸시키는 사면은 대통령의 사법권에 대한 특권이다. 이는 사법부의 결정을 뒤집는 일종의 반(反 )법치적 조치이기도 해 신중하게 행사할 필요가 있다. 엄정한 잣대도 요구된다. 특별한 사면과 일반적인 사면 등 두 개의 사면권이 있다.

특사(特赦)로 불리는 특별사면은 언도를 받은 특정 범죄인의 형을 소멸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의 공소권도 소멸시킨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대사(大赦)로 약칭하는 일반사면은 사람이 아닌 특정 범죄의 종류를 지정해 그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의 형을 없앤다. 특사와 달리 대사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오로지 대통령 자신의 특권으로 행사되는 특사는 고도로 계산된 최고권력의 통치 행위라고도 한다. 정변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해 옛날부터 행해져 왔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행하는 일도 있었다. 요즘에는 특사 때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니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 등 세간의 비아냥거림이 양념처럼 나돈다.

2009년 12월 3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특사가 이뤄져 논란이 많았다. 그때 정부가 발표한 사면 대상자는 이 회장 단 한 명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IOC 위원은 평창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는 날 현장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 특권 행사 때문에 삼성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받았다는 등 각종 구설에 휘말렸다. 김영삼 정부 9회, 김대중 정부 8회, 노무현 정부 8회 등 역대 정권에서 특사가 행해질 때마다 뒷말은 무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신년 특사를 단행했다. 2017년 12월 29일 신년 특사, 2019년 2월 26일 3·1절 특사에 이은 세 번째 사법권에 대한 특권 행사다. 총선을 불과 100여 일 앞두고 이뤄진 이번에는 대상자 5174명에 포함된 이광재 전 강원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의 특사·복권을 놓고 말들이 많다.

사면 기준이 후퇴하고 ‘전략적 고려’가 가미된 ‘선거용 사면’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청와대는 “총선 등 정치 일정은 일절 고려하지 않았다”고 일축했지만, 민감한 시기이니 만큼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것 같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