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인사회에서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사회 개혁’을 새해 국정 화두로 천명했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국정 기조의 큰 틀을 바꾸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기본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큰 틀에서 그 핵심 의제가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사회 개혁’이라는 데도 반대할 명분은 없다.

권력기관 개혁은 최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둘러싼 논쟁과 국회 통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검찰 개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의 요체는 집중된 권한을 줄이고 분산하는 것, 즉 분권이다. 그런 점에서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을 떠나 이런 방안들은 기존 검찰권한을 분산하는 분권의 과정이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중앙행정 단위의 ‘수평적 분권’이다.

그런데 하나가 빠졌다. 또 하나의 핵심적 분권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수직적 분권’이다. 중앙권력을 중앙권력 기관끼리 분산하는 것과 함께 지역으로 분산하는 지방분권이 결여됐다.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검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국 6개 고등검사장의 권한을 일부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도 했지만 지방분권, ‘수직적 분권’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검찰총장과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위계화된 구조를 인사·조직체계 등 전체적으로 18개 일선 지검으로 분산하는 분권이 필요하다. 검사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의견까지도 경청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상당한 권한을 나누게 되는 경찰의 지방분권, 자치경찰제도 시행돼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이어 자치경찰 관련 법안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20대 국회의 책무 아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사회 개혁’과 관련해 “교육·사회·문화 전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사회 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존재하는 불공정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정치·경제 분야를 빠뜨릴 수 없다.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실현해나갈 것인가. 우선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정치·경제·교육·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불공정은 이른바 중앙이라고 하는 곳의 집중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앙은 서울·수도권을 일컫는다. 지난해 9월을 지나면서 마침내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인구 5184만9861명 중 수도권 3개 시·도에 2592만5799명이, 비수도권 14개 시·도에 1737명이 적은 2592만4062명이 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수도권 인구 비중이 49.6%였는데 2년간 0.4% 늘었다. 이는 2010년 49.2%에서 2017년 49.6%로 7년간의 증가 비율과 같다. 1995년 388만3000여 명을 정점으로 2018년 344만1000여 명으로 44만여 명이 줄어든 제 2도시, 2018년만 해도 2만6759명이 타지로 인구가 순유출된 부산을 대비해 보라.

이러니 산업·경제 차원은 물론,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 서열화, 네이버의 지역언론 홀대와 같은 서울 소재 언론의 여론 독과점 등 제반 분야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는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다. 더 큰 문제는 실재하는 이런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앙정치·중앙정부 주요 담당자들이 국정기조를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앙언론 또한 이 사안을 중요하게 다루기는커녕 도외시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것만큼 불공정을 초래하는 것이 있을까.

국정기조의 큰 틀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권력·자원 집중의 불균형·불공정 구조를 시급히 혁신해야 한다. 수평적 분권과 수직적 분권이 나란히 가야 한다. 한 쪽 바퀴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 않은가. 지방분권을 통한 균형발전, 균형발전과 연계한 지방분권이야말로 국정기조의 큰 틀을 바꾸는 견인차임을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한다.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을 추진하겠다던 그 초심에….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