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수도 비엔티엔 한가운데 대통령궁엔 원형의 국가 문장이 선명하다. 그 국장 상단 중심에 라오스 불교 상징인 탓루앙 사원의 황금 불탑이 있고, 불탑 양옆을 벼꽃이 장식한다. 라오스 국화로 잘 알려진 참파꽃이 아니라 벼꽃이 들어간 점이 이채롭다. 수력발전소, 도로, 톱니바퀴와 함께 논과 삼림으로 라오스 번영과 발전을 상징한다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 국가인 라오스는 700만 인구 대부분이 불교 신자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쟁탈지였다. 라오스는 프랑스 식민지였다. 중국 진출 통로로 삼았으나 여의치 않았던지 철도나 도로 등 인프라 개발엔 손을 놓았다. 지금도 철도가 없는 나라가 라오스다. 미국과 소련 양강의 이념 대립은 다시 한번 인도차이나 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비엔티엔에서 150㎞가량 떨어진 방비엥의 어설픈 철제 다리엔 포탄 잔해로 만든 상징물이 눈에 띈다. 베트남 전쟁 때 전략적 목적으로 폭탄을 쏟아부은 탓에 요즘도 불발탄이 터져 부상하는 사례가 가끔 있단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빈국인 라오스 사람들은 순박하고 맑아 보인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게 사람이라고 하지만 라오스 국민은 예외인 듯하다. 자급형 쌀농사와 종교의 힘인가 보다. 라오스 국장에 황금 불탑과 벼꽃이 허투루 들어간 게 아니지 싶다.

하지만 라오스는 어머니의 강, 메콩강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강은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4800㎞를 흐른다. 라오스 자연경관을 잉태하고 쌀농사를 가능하게 하며 문화를 일으킨 원천이다. 그리고 지금은 60여 개 수력발전소를 가동하며 경제부흥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비엔티엔의 명소로 꼽히는 메콩강변, 야시장과 식당이 줄지어선 모습에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강 건너편은 태국 북단 도시 농카이. 아스라한 거리지만 환한 불빛이 ‘어서 우릴 따라와’하며 손짓하는 것 같다.

1986년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한 라오스는 1997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에 가입했다. 정치 이념을 떠나 경제가 말하는 시대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동남아시아로, 이젠 아세안으로 그 범위가 확장하는 모양새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에 이어 동티모르까지 가입하면 아세안은 완전체가 된다.

아세안과 대한민국은 1989년 대화 관계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30년간 교역은 20배, 투자는 70배, 인적 교류는 4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와 함께 처음 열린 한·메콩 정상회의 의미 또한 각별하다. 우리나라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이 의기투합했다. 아세안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선발국과 후발 메콩강 연안국 간의 개발 격차 해소이며, 한·메콩 정상회의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 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 비전성명’과 ‘한강·메콩강 선언’ 등이 그 단초라 하겠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두 행사가 끝난 뒤 “부산은 세계 5위 거대 경제권인 아세안의 경제 허브도시가 될 것”이라며 한·아세안 ICT융합빌리지 구축, 한·아세안영화기구(ARFO) 설립, 아세안유학생융·복합거점센터 설립, 한·아세안 패션위크 정례화, 한·아세안 푸드 스트리트 국제 행사 육성 등 후속 사업을 약속했다.

올해는 부산이 아세안 교류 거점으로 자리 잡고 부산 기업의 아세안 진출과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원년인 셈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부산 수출기업 10곳 중 4곳은 아세안 투자와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통관 절차 지연, 임금 인상과 구인난 등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다. 문화적 배경과 경제 상황이 다른 국가별 맞춤 전략은 경제 문화 교류와 함께 찾아야 할 과제다. 아세안 각국 현지 유력인사를 명예시민으로 네트워크화하는 게 우선이다. 현지에서 벌어지는 중요 사안을 시청 간부들이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부산시장 명의의 친서를 보내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제관계대사를 지낸 많은 외교관, 5개국 본무영사와 38개국 명예영사로 구성된 부산영사단이 있다. 이들과 유관기관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액션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신남방 정책 추진을 위해 ‘팀코리아’를 형성했듯이 ‘팀부산’이 필요하다. 특히 부산이 동북아 허브도시라 자처하지만 5개 영사관은 초라한 숫자다. 이 문제는 정부, 아니 청와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이끌어가는 것이 부산시장의 역할이다. 영사관 숫자를 지금의 2배, 3배, 4배로 확대하고 경제 문화 교류에 걸맞은 인적 제도적 네트워크를 만들 자신이 있는가.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