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는 그 해 가장 뜨거웠던 연구성과 30개를 골라 전문가·국민 투표를 통해 10대 뉴스를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에 불어오는 AI(인공지능) 바람에 거는 기대와 과제’와 ‘세계 최초 곡률 1.5R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이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10대 뉴스에 선정되지 못했어도 주목해야 할 성과는 많다. 특히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인공태양 ‘케이스타(KSTAR)’를 사용해 세계 최초로 핵융합 반응 온도 1억도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과 한·EU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전력생산 실증로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는 뉴스도 관심을 모았다. 그 이유는 AI·빅데이터나 자율주행기술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이를 구동하는 에너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과 핵융합은 남북한 또는 북미관계에서 민감한 단어이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필수기술이다.
핵융합을 이해하려면 반대개념인 핵분열부터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모든 물질(재료)의 구성원소인 원자를 알아야 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을 분해하면 원자가 나온다. 물질의 가장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는 양성자·중성자·전자와 같은 더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의 구성물인 양성자·중성자·전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모든 물질은 우주 생성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한 순간 빅뱅(Big Bang)으로 인해 물질이 만들어졌다. 빅뱅의 분열에너지로 우주는 팽창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물질도 탄생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빅뱅 초기단계에 우주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구성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H)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이후 수소들의 합체(융합)로 원소번호 2번인 헬륨(He)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배운 주기율표상의 모든 원소가 수소 원자로부터 잉태된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하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 ‘E= mc2’은 바로 이런 에너지와 물질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공식이다. 무형의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되는 것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핵분열 현상을 발견했다. 유명한 핵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우라늄이 핵 붕괴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 핵분열 현상을 확인했다. 핵폭탄과 원자력발전소가 물질의 붕괴와 분열에너지를 이용한 핵분열 기술의 산물이다.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은 인간에게는 위험 요소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핵융합이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과 동일하다. 최초로 우주에서 만들어진 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수소와 삼중수소가 반응해 더 무거운 헬륨과 중성자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효율이 아주 높으면서 방사능이 거의 없는 친환경 에너지다.
핵융합이 핵분열처럼 쉽게 상용화되지 않는 이유는 핵융합 때 발생하는 에너지 온도(1억 도)를 견디고 저장할 수 있는 장치(재료)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핵융합 에너지를 제어하는 장치인 토카막(TOKAMAK)을 개발하는 데 우리나라 국가핵융합연구소와 현대중공업이 앞장서고 있다. 또 핵심 초전도체 소재도 우리나라 재료공학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에너지원인 핵분열 에너지는 연료인 우라늄이 고갈되고 방사능 문제 때문에 그 유용성이 한계에 왔다. 따라서 보다 훨씬 유용한 핵융합에너지를 실용화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핵분열과 핵융합 현상은 우리 인간사와도 비슷한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인류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인종 분열과 지역 이동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우리나라는 핵분열의 힘(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으로 독립했다. 남북 분열의 위기를 맞은 우리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너지)을 통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제 우리는 20세기를 지배하던 원자력 분열에너지의 한계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초기술 시대에는 분열보다 궁극의 에너지원인 융합에너지가 필요하다. 분열된 남북관계에서도 융합의 힘이 발현될 때 우리나라는 세계 초강대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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