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취업자(2712만3000명)가 1년 전보다 30만1000명(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인원이 30만 명대에 진입한 건 2017년(31만6000명) 이래 2년 만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해는 양과 질 양측에서 모두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인 일자리 반등의 해였다”고 평가했다. 희소식이긴 하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낙관론에 젖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부진이 너무 심각해서다. 외화내빈인 셈이다.

고용 사정이 양적으로 개선된 건 60대 이상 취업자의 증가와 통계의 기술적인 요인 때문이다. 지난해 60대 이상 취업자는 정부의 노년층 단기 일자리 창출에 힘입어 전년 대비 37만7000명 늘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3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 취업자는 16만2000명 줄어, 1991년(26만6000명)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고용 한파로 일자리 증가 폭이 9만7000명에 그쳤던 2018년의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부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취업자(168만4000명)가 전년 동월 대비 8000명(1.7%) 늘었지만, 이는 도소매·음식숙박업과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의 증가에서 기인한 현상이며 정작 중요한 제조업은 2만5000명(-8.8%)이나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와 관련해 “40대 퇴직자와 구직자에 대한 맞춤형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민간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규제 혁신과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일관했던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정부는 40대 일자리 대책의 무게를 창업 지원에 두고 있는데, 그럴 경우 이미 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 대신 정리해고 제한 요건을 강화하거나 비자발적 퇴직과 비정규직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료의 사업자 부담을 높이는 제도와 같은 고용 안정 대책을 주문한다. 현장 여론에 귀 기울여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바란다. 현장의 요구와 동 떨어진 대책은 ‘맞춤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