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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슈크란 바바 /양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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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1-30 18:37:2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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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감사해야 할 사연은 저마다 다르다. 소중한 생명이 태어나서, 바라던 직장을 구해서, 원하던 시험에 합격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등등.

나도 간절히 소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되뇌인다.

최근에는 ‘아침 숲길’ 칼럼을 쓰게 된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을 때,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겨울 하늘을 쳐다보며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가슴속 소리를 내보았다. 내가 만약 아프리카 수단에서 태어났다면 ‘슈크란 바바’하고 살며시 외쳤을 것이다. ‘슈크란 바바’와 ‘하느님 감사합니다’는 같은 뜻이므로….

‘슈크란 바바’하면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고(故) 이태석 신부가 떠오른다. 이 신부는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내전으로 피폐해진 톤즈 마을의 의사로서 전쟁의 상처와 한센병 환자의 썩어가는 발을 치료했다. 학교를 세워 학생들에게 총칼 대신 연필과 악기를 쥐어 주어 공부와 음악을 가르쳤다. 자신의 아픈 몸은 돌보지 않고 열악한 환경의 주민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과 봉사로 희생한 분이다.

이 신부가 만든 노래 중에 제목이 ‘슈크란 바바’란 곡이 있다. 내전 중이던 남수단과 북수단이 2005년 평화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에 감격하여 당신께서 직접 만드셨다고 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개인의 소망이 이루어졌을 때 하는 경우가 많다. 지극히 개인적이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는 전쟁을 중단하는 평화협정에 감격하여 ‘슈크란 바바’를 만들었으니 그 뜻하는 바가 크고 특별해 보인다.

지난 14일은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였다. 이를 기념하여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란 영화가 제작되어 상영 중이다. 줄거리는 사제이자 의사, 나아가 교육자와 음악가인 이 신부가 가난과 전쟁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톤즈에서의 삶을 다루었다. 전편인 ‘울지마 톤즈’에서 공개되지 않은 부분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한 인간 이태석의 명징한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나는 ‘울지마 톤즈’를 보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난다. 자신을 희생하여 사랑을 전하는 모습에 감동하여 울었다. 영화에서 톤즈의 사람들은 이 신부를 그의 세례명에 성을 붙여 ‘쫄리(John Lee)’ 신부로 부르며 따랐다. 그는 현지 주민들과 허물 없이 어울리며 행복을 누리도록 희망의 빛을 골고루 나눠주는 데 온 정성을 다했다. 그 빛은 나무의 잎을 푸르게 키우듯 오랜 내전으로 거칠어진 성정을 순탄하게 길러 삶에 변화를 주었다.

이 신부의 돌연한 죽음으로 이 빛이 사라져 톤즈의 사람들은 더없이 슬퍼했다. 눈물 흘리는 행위를 수치로 아는 톤즈의 키 큰 딩카족도 이 신부의 죽음 앞에 밤낮으로 울었다.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는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올지 영화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태석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에서도 지난 14일 선종 10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 추모식은 신부님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상영과 추모사, 추모 연주, 추모 헌화로 진행되었다. 이 신부님이 중학교 시절에 만든 ‘묵상’이란 곡도 연주되었다. 별도로 마련된 이태석 신부 기념실에는 신부님에 관한 100여 종의 도서를 전시하여 신부님의 아름다운 삶을 기리는 자리가 되도록 했다.

이태석 신부의 삶을 톺아보면 우리가 감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10남매 중 9번째로 태어나줘서 감사하고, 우리네 아버지와 같은 신부의 삶을 살아줘서 감사하고, 그 어렵다는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의사가 되어줘서 감사하고, 톤즈에서 의료봉사와 교육 활동을 하며 전쟁·기아·질병으로 도탄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줘서 감사하다.

몸은 돌아가셨지만, 그 정신은 영원히 살아 있어 제2, 제3의 신부님 같은 웅숭깊은 사람이 생겨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삶을 살다 간 당신을 기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우리는 때때로 ‘슈크란 바바’라고 말해야 한다. 감사할 수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자기 자신을 위해 나아가 이태석 신부처럼 인류 평화를 위해서 ‘슈크란 바바’하고 선율이 고운 노래처럼 말해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 진정한 감사의 의미를 일깨워주신 당신께, 당신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마음의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바치고 싶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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