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가장 예민하게 둥근 공, 탁구공 /김언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05 20:04:22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탁구공은 작고 가볍다. 온갖 구기 종목에 쓰이는 공 가운데서도 가장 작고 가볍다. 지름 38㎜, 무게 2.5g이던 공인구 규격이 2001년부터 지름 40㎜, 무게 2.7g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구기 종목을 통틀어 가장 작고 가벼운 공은 여전히 탁구공이다. 참고로 탁구공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공은 골프공이다. 탁구공보다 지름은 3㎜ 정도 크지만, 무게는 17배나 무겁다.

작은 크기에도 묵직한 인상을 주는 골프공이 정적이고 과묵한 골프의 성격과 어울린다면,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벼운 탁구공은 가벼운 발놀림과 날랜 몸놀림이 필요한 탁구의 성격과 무척 잘 어울린다. 실제로 탁구를 잘하기 위해선 전신을 쉬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최소한 팔이나 손목이라도 민첩하게 반응해줘야 무사히 공 하나를 넘길 수 있다.

작고 가벼운 공을 쫓아서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탓에 탁구는 의외로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한다. 탁구대 위에서 움직이는 공을 쫓는 것도 운동이지만, 탁구대 밖으로 수시로 뛰쳐나가는 공을 쫓아가서 줍는 일도 만만찮게 운동이 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오래 탁구대 위에서 공을 가지고 놀려면, 제대로 된 타구 자세를 먼저 익혀야 하고 숙련이 될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손에 익어서 나오는 공이 된다. 손에 익지 않으면 언제라도 탁구대 밖으로 튀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공. 아니면 숨이 턱 막히듯이 네트에 걸릴 준비부터 하는 공이 탁구공이다.

탁구공은 그런 점에서 가장 예민한 성격을 가진 공이다. 자기 손에 맞게 길들이고 자기 뜻에 맞게 제어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공이라는 말도 되겠다. 입김 한 번에도 움직이는 방향을 틀어버릴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 공을 더 예민하고도 섬세하게 다룰 줄 알아야 탁구 좀 친다는 소리를 듣는다. 섬세하고도 강력하게 다룰 줄 알아야 비로소 고수라는 소리를 듣는다.

고수들이 긴 랠리를 이어가면서 내는 탁구공 소리는 언제 들어도 경쾌하고 아름답다. 선수들이 역동적인 자세로 타구하는 모습은 또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신기하다. 극도로 예민한 공에서 나오는 극도로 아름다운 플레이에 반해서 탁구장을 계속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멋진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실력과 상관없이 공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경이롭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부상이다. 구기 종목에서 발생하는 숱한 부상의 순간은 대부분 공 하나에서 비롯된다. 공 하나를 더 맞추려고, 공 하나를 더 넘기려고, 혹은 공 하나를 더 빼앗거나 잡으려고 무리하게 몸을 부리는 순간 부상이 발생한다. 다행스럽게도 탁구는 부상의 위험이 가장 작은 종목에 속한다. 활동량이 많을 뿐이지 관절이나 근육을 무리하게 쓸 일도 많지 않고, 선수들끼리 격하게 몸을 부딪칠 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탁구공 자체가 위협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먼 공이다. 상대편 코트에 대고 아무리 강력한 스매싱을 날려도 그 공에 맞아서 죽거나 다쳤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따끔한 맛이 느껴질 정도의 아픔이 탁구공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일 뿐이다.

예민한 동시에 유순한 성격을 지닌 탁구공의 또 다른 미덕은, 적절한 용구나 장비 없이도 언제든지 탁구(비슷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탁구대가 없으면 책상으로, 네트가 없으면 책으로, 라켓이 없으면 필통이나 칠판지우개로 얼마든지 장비를 대체해서 게임을 할 수 있다. 학창 시절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탁구공 하나만 있으면 저마다 유남규가 되고 현정화가 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통통 튀는 작은 공 하나만 있으면 곧바로 탁구가 되었던 그 순간은, 오래전 우리에게 탁구라는 운동이 맨 처음 탄생할 때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시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좌동~송정 연결 옛길 복원, 시민에 열린다
  2. 2부산경남 레미콘 파업 장기화 조짐
  3. 3정부 잘못 vs 김도읍 탓…하단 ~ 녹산선 예타 탈락에 ‘시끌’
  4. 4변성완, ‘오거돈 임명’ 공공기관장 옥석가린다
  5. 521년간 웃음보따리 ‘개콘’ 장기 휴식?…사실상 폐지 수순
  6. 6오늘의 운세- 2020년 5월 26일(음 4월 4일)
  7. 7부의장 자리 놓고 거래 제안…선 넘은 민주당 부산시의회
  8. 8상수도본부 “물금취수장 다이옥산, 특정업체가 계획적으로 대량 방류한 듯”
  9. 9주민번호 뒷자리 지역표시번호 10월부터 폐지
  10. 10윤산터널 컬러레인 도입해 혼란 막는다
  1. 1문대통령 “경제 전시 상황…재정역량 총동원”
  2. 2文 대통령, 오늘(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재정지출 관련 논의 주목
  3. 3하태경 “민경욱, 주술정치 말고 당 떠나라”
  4. 4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5. 5울산 경제 활성화·교통안전 강화…‘청와대 저격’ 예고도
  6. 6부의장 자리 놓고 거래 제안…선 넘은 민주당 부산시의회
  7. 7조경태 “통합당, 외부에 의존 버릇 돼…중진들 비겁”
  8. 8“법사위 내놔라”…여야 원구성 협상 시작부터 진통
  9. 9
  10. 10
  1. 1응원팀 우승하면 우대금리 쑥쑥…야구 예금상품 ‘홈런’
  2. 2혁신기업 발굴·지원, 기보·우리은행 협약
  3. 3금융·증시 동향
  4. 4 미수령 환급금 돌려드립니다
  5. 5부산 임대아파트 승강기 대폭 확충
  6. 6주가지수- 2020년 5월 25일
  7. 7 기술보증기금, 중기 공동구매 보증 지원
  8. 8
  9. 9
  10. 10
  1. 1서울 강서구 미술학원 강사 확진…'인근 초등학교 25일 긴급 등교중지'
  2. 2서울 강서구 미술학원 강사 확진…'인근 초등학교 25일 긴급 등교중지'
  3. 3부산상의 “레미콘 노사 한발씩 양보해 조속한 협상해 달라”
  4. 4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16명…나흘만에 10명대로 줄어
  5. 5안철수 “일반인 대상 무작위 항체검사 시행해야…대구가 먼저”
  6. 6오거돈 전 시장 강제추행 적용되나? 경찰 고민
  7. 7부산예술회관 주차장서 차량 급발진 추정 사고
  8. 8버스 ·택시 내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비행기는 모레부터
  9. 9부산 12일째 코로나19 신규환자 없어…자가 격리자 2450명
  10. 10해운대 신시가지 온수관 파열 11일 만에 복구 완료
  1. 1KBO, ‘음주운전’ 강정호 1년 유기실격+봉사활동 300시간 징계
  2. 2KBO, 국내 복귀 타진 강정호에 자격정지 1년
  3. 3벤투 앞에서…이정협, 승격팀 부산에 첫 승점 선물
  4. 4우즈, 미컬슨 맞대결서 1홀 차 승…1년 반 만에 설욕
  5. 5장발 클로저 김원중 ‘삼손(前 투수 이상훈 별명)’ 계보 잇는다
  6. 6
  7. 7
  8. 8
  9. 9
  10. 10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부산 18명의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재난의 비선형성, 미디어 그리고 감정 /임인재
‘바리데기’ 청소년, 그들이 시민이다 /이진숙
기자수첩 [전체보기]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동학개미’ 2030의 절박한 초상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전성기의 부산시장을 갖고싶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한우 특수
스웨덴의 자율 방역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갱(羹)도 아니고 죽(粥)도 아닌 ‘갱죽’
사설 [전체보기]
21대 지역 국회의원 ‘인생 입법’ 초심 잊지 말길
내일 초등 저학년 등 등교…학교 방역 빈틈 없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여야 모두에 경고장 보낸 부산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