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불똥이 국내 자동차업계까지 튀었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제(春節) 연휴를 연장한 후폭풍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부품을 공급받는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가동을 중단했다. 르노삼성차도 오는 11일부터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다. 기아자동차와 한국GM 역시 다음 주엔 생산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에 의존하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자동차 바닥에 설치하는 배선 뭉치로 관리상 문제 때문에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공장이 멈춰서는 것도 문제지만 지역의 부품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최근 르노삼성차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 협력업체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들 협력업체 중 1차 벤더로 재정이 탄탄한 곳도 현대차가 7일 이상 휴업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도 없이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중국 내 부품공장 휴업이 재연장되는 경우다. 중국 업체들이 연휴가 끝나는 10일 이후 정상가동할 계획이라고 알려왔지만 이 또한 변수가 없지 않다. 신종 코로나가 더욱 확산한다면 언제 또 부품공장이 가동을 멈출지 알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와이어링 물량을 임시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 부품공장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급한 불을 끄는 정도의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사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예기치 못한 일이긴 해도, 근본적으로는 업계가 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하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 물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이번과 같은 돌발 리스크에 대비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장 시급한 일은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다. 불가항력이라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기업과 정부가 다방면으로 전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