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산업은 수온 상승과 한중·한일 어업협정 등 대외적인 조업 여건의 많은 변화, 자원의 감소에 따른 어획량 급감 등으로 현재 붕괴의 기로에 서 있다.

2016년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44년 만에 100만ｔ이 붕괴된 이후 뚜렷한 회복 없이 어업 생산량이 고착화됐고, 어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일부 근해업종의 연쇄 도산과 그것이 지역경제에 끼칠 악영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산업의 전진기지인 부산은 어업 및 어업 관련 산업이 전체 산업 산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바, 1차 산업인 어업이 무너지면 후방산업인 위판, 가공, 유통 등에도 매우 심각한 경영 위기가 닥친다. 수많은 이 부문 종사자의 생계도 흔들리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2019년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량은 5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였다. 사업비 3000억 원을 투입한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도 위판량 급감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는 상황이다. 2019년에는 우리 수산업에 유난히 많은 악재가 겹쳤다. 여느 때는 한창 오징어 성어기인 10~12월 동해안의 경우 출어 자체를 포기한 어선이 각 항·포구에 수두룩하게 정박해 있었던 실정이다.

이는 동해안의 북한 수역으로 입어하는 중국 어선이 우리나라 바다로 남하하는 오징어 등 수산자원을 싹쓸이 어획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온 국민이 사랑하는 먹거리인 오징어의 경우만 보아도 지난 10여 년 동안 어획량이 무려 70% 이하로 급감하는 등 동해안의 수산자원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비단 동해뿐만 아니라, 서해에서도 해마다 수천 척에 이르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우리 어선과의 어업분쟁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문제는 당장 중국 어선들이 일으키는 혼란과 갈등에 관하여 누구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어업인의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안 어업인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우리 바다 살리기 중국 어선 대책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참으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적극적인 해결 노력으로 제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수년간 협상을 하지 못한 한일 어업협정 문제 탓에 파멸의 길로 접어든 관련 업종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국 어선 문제만큼은 전향적인 자세와 선제적인 정책으로 한중 어업협정 등의 문제를 부디 잘 풀어주기 바란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수산업의 적폐는 과거 1953년 제정된 수산업법이 지난 6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여기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어자원의 생태계가 바뀌고 대상 어장도 크게 변동하였지만, 관련 법령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오직 규제·단속 위주에만 치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산업의 선진국들처럼 연근해어업을 대표하는 대형 기업들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은 수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인프라 및 정책 부재 때문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황금어장은 중국 어선에게 다 빼앗기고 좁은 어장에서 한국 어선끼리 이전투구식 분쟁을 하게 하는 정책이라면 앞으로 우리 수산업은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지속 가능한 어업 실현을 위해 TAC 기반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 및 이와 연계한 스마트 어업관리 모델을 도입한다고 예고했다.

어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어종과 어획량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해상에서 실시간 입력하는 전자어획보고시스템과 어선의 어획량과 어종별 크기·무게 등을 양륙(배에 실려 있는 짐을 뭍으로 운반함)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측정·확인하는 TAC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개발·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혁신적인 체제 개편을 위한 제도 개선의 선행 단계로써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어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어선 감척과 보상 등도 중요한 사항이다.

이 과정에서 후방산업을 함께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꼭 필요하다.

특히 지난해 처음 시행한 ‘TAC기반 규제완화 시범사업’을 확대해 불필요하고 과거에 얽매인 현실성 없는 규제는 과감히 폐지하고, 어업인들이 편안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선진화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수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펼쳐, 1970년대의 어업 황금기 재현을 지원해주기 바란다.

수산업에 신선한 새봄이 오기 바란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