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데이비스와 크리스토퍼 메이어가 쓴 ‘미래의 부’에 보면 점점 기계지능 등이 담당하는 생산과 서비스가 늘게 되면 사람은 “나를 위해 일하는 돈의 힘”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루가 다르게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요즘을 보고 있으면 이 말이 저절로 가슴에 와닿는다. 그런 점에서 장차 국민의 신중한 합의가 필요한 주제이지만, 우리 청년이나 노약자 등 사회적 소외 계층에게도 국가에서 얼마간은 생활자본(working capital)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이제 곧 대부분 상장기업이 주주총회를 한다. 일 년에 한 번 기업의 경영실적을 보고하고 중요한 안건을 의결하는 정기주주총회는 투자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지만, 실제로 참석하는 소액주주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점점 1인 대주주의 지분이 낮아지고 사회자본의 투입이 증가하는 현실을 보면, 주주총회는 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치러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주주행동주의를 주장하며 주주총회에 강력히 개입해 의견을 개진하는 곳은 국민연금이다.
사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사회복지자본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국민의 경제적 대의기관이나 마찬가지이다. 국민연금의 이런 행동을 스튜워드십(stewardship)이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제도와 관행으로 강화하는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시한 비율이 전년보다 4%포인트가 증가한 16.6%였으며, 특히 이사와 감사 선임에 29%를 반대했고, 주식매수권선택 부여에 15.9%를 반대했고, 정관 변경에 15.3%를 반대했고, 자본감소에 14.2%를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소액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일어나는 일의 세세한 내용을 잘 모르기도 하지만 관심도 낮은 편인데, 주주총회에서 다뤄지는 일로는 재무제표 승인과 배당률 결정, 이사와 감사 선임 등 일반결의사항이 있고, 영업권 양도나 합병, 회사분할, 자본감소, 임원해임 등의 중요한 일이 다루어지는 특별결의사항이 있다.
주식투자의 대가라는 워렌 버핏은 자신도 남의 돈을 투자받아 벅셔 헤더웨이란 투자회사 겸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주주 입장이라 주주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그간 경영상황을 알린다. 그는 주주들에게 회계적 이익이 아닌 경제적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고 강조한다. 사실 주주총회에 직접 가서 기업자료를 보아도 이런 내용은 소액주주가 잘 알 수가 없다. 전문성이 필요하고 특별한 안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가 주로 이런 일을 담당하지만, 소수 전문가가 모든 기업을 다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워렌 버핏은 현금이 나갔어도, 이익이 더 들어오게 되는 투자내용이나 지출내용을 잘 보라고 한다. 비용이 누적적으로 상각되어도 그 내용이 시간이 갈수록 기업가치에 더 많이 기여하는지 여부 등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위렌 버핏은 포괄이익(look through earning)을 보라고 권유한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가 특히 많은 편이다. 반도체나 플랫폼이나 바이오헬스,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속적이고 막대한 R&D 투자는 GDP에 대비하면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이런 비용을 경제적 이익에 포함시키는 것을 포괄이익이라고 본다. 또한, 주총을 앞두고 주가가 잘 오르는 기업들도 있다. 물론 경영을 잘하면 이런 경우가 있지만, 기업들이 주요한 안건을 다루기 전에 시장에 호재를 알리거나, 주요 투자가들에게 기업 비전을 설명하거나 쟁점을 이해시키거나 하는 IR(investor relation)활동을 많이 한다. 이런 일이 주가에 반영되면 주가는 주총과 연관해 좋은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요즘 삼성그룹 주요 회사의 주가도 좋은 편이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등이 그런 편이다.
이들의 주가 움직임을 주총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주주들이 주총을 앞두고 기업의 숨어 있는 경제적 이익과 주가의 변동에 세심하게 관찰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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