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회자되는 것 중 하나가 ‘사표’다. 낙선한 후보에게 던져진 표를 그렇게 부른다. 즉, 유효 투표이지만 당선인에게 표를 주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죽은 표’라는 뜻이다. 이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많이 발생한다. 1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한 1명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여서다. 국민의 의사가 선거투표를 통해 국정에 반영되는 의회 민주주의에서 사표가 많이 나오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고질적 현상으로 굳어진 듯하다.

이번 21대 4·15총선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정당 득표율이 국회 의석 비율과 거의 일치하기는커녕 그 격차가 더 커졌다. 먼저 121석의 수도권을 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4%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의 85%인 103석을 가져갔다. 반면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41%의 득표율로도, 전체 의석의 13%인 1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부산에서는 그와 정반대다. 득표 수는 통합당이 104만여 표(53%), 민주당이 87만여 표(44%)로 17만여 표 차이다. 그런데 의석은 각각 15석, 3석으로 통합당이 거의 쓸어담은 모양새다. 부산 민주당은 4년 전의 20대 총선 때보다 26만여 표 더 받고 득표율도 6%포인트 올랐지만, 의석에서는 되레 3석을 잃었다. 따라서 의석수로는 부산이 ‘보수 텃밭’으로 회귀했다는 말이 통할지 몰라도 득표율 추이를 감안하면 꼭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괴리는 역시 민심(정당 득표율)이 국회 의석 비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에 새로 도입됐지만, 비례대표성이 개선되는 건 고사하고 극단적인 쏠림만 두드러졌다. 이래서는 표(票)의 등가성 원칙, 즉 ‘1표가 선거결과 기여도에서 동등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원칙’은 기대할 수 없다.

하기야 선거제 개편이 여야 당리당략에 휘둘리며 파행을 거듭했고, 통합당의 거센 반대 속에 겨우 도출한 개정 선거법마저 누더기로 전락한 터다. 이렇다 보니, 5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했던 권역별 비례대표제, 그리고 정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제(일명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 정당의 지역대표성을 보완하는 석패율제 등의 방안은 실종되고 말았다. 물론 선거제에는 정답이 따로 없고,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다. 비례대표제에서도 사표가 나온다. 그렇다 해도 우리처럼 사표가 쏟아지는 구조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선거제 개혁을 여야 정치권이 아닌 시민공론의 장에 내놓아야 한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