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의원을 운영하는 동네 개원 의사이지만 만약 내가 현재 대한의사협회 회장이라면 오늘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간절한 호소를 하고 싶다.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정말로 힘드시겠지만 지금까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을 위해서, 그리고 지난 두 달간 전 국민이 함께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5월 초까지 2주일만 더 봉쇄에 가까운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합시다. 의사들을 믿고 제발 조금만 더 동참해 주세요.’

지난 2주간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없어서인지 이달 들어 곳곳에서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너무나 많이 눈에 띈다.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이나 술집 그리고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과 PC방 등에는 사람이 넘쳐난다. 퇴근 시간 이후 대학가 술집에서도 코로나 걱정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 같다.

이번 사태 초반처럼 마스크를 안 쓰거나, 코를 내어놓고 마스크를 쓰는 시늉만 하는 사람도 다시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해외에서 감염된 국민이 계속 입국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틀 전인 지난 18일 부산에서 2명의 감염 환자가 다시 발생하였다.

언론에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았지만 일부 젊은 환자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젊다고 결코 100% 안전하지가 않다. 그런데도 앞서 언급한 장소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신은 경증으로 지나갈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바이러스 운반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에서는 ‘무늬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할 모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은 연장하되 강도를 낮출 것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국민의 피로감, 점점 나빠지는 경제, 꼬여만 가는 학사 일정 등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벌써 이렇게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동네 의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누구보다 현재 경제상황이 어떠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혈압, 당뇨 환자와 같이 지속적으로 약이 필요한 환자 외에는 거의 내원하지 않고 있으며 건강검진같이 급하지 않은 진료는 무기한 연기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오지 않는 환자들이 다시 찾아오실지, 언제쯤 편하게 오시라고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주변의 많은 아동병원이 입원실을 폐쇄하고 있고, 이비인후과나 내과같이 급성기 질환 진료를 위주로 하는 의료기관 중에서는 직원 감원을 하거나 무급 휴직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 시설은 구청과 경찰의 강력한 단속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학생들을 비롯한 국민 개개인도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잘 안다. 어디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아직도 일부 교회에서는 현장 주말 예배를 하고 있고, 다음 주에는 석가탄신일을 시작으로 긴 휴일이 이어진다. 따라서 지금은 오히려 더 강력한, 봉쇄에 버금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 시점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한 종교 행사도 취소하고, 술집도 영업을 중단했으면 좋겠고, 지자체에서도 이를 강력히 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섣부른 판단으로 이른 개학을 선택했다가 심각한 상태를 맞이한 싱가포르의 예를 보듯 불씨가 아직 남은 상태에서 인내심의 둑이 터져 더 강력한 쓰나미가 밀려온다면 정말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은 재기가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지만 조금은 더 견뎌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국민 스스로가 경험적으로 갖고 있는 국난 극복의 DNA를 불러일으켜 서로를 조금씩만 더 도와주고 배려하고 격려한다면 이 어려운 시기를 뚫고 지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김보석 내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