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속 대응 탓에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한국의 재발견’을 말한다. 우리는 세계사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몇 안 되는 국가에 산다. 사재기가 없는 성숙한 국민의식과 ▷의료진의 희생·헌신 ▷세계 최고 진단기술과 시스템 ▷방역당국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라인 교육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봉쇄(lockdown) 정책’ 미실시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신들은 국내에서 유행한 ‘달고나 커피’와 같은 생활문화와 먹거리까지 보도한다. 과거의 역동적 스토리도 재조명되고 있다. “강대국의 식민통치를 겪은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거나 “K팝·드라마·영화를 포함한 문화적 성취가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최대 공로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진의 헌신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유무선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진단의 정확도 향상과 ▷통신·신용카드·폐쇄회로(CCTV) 기록을 종합해 코로나19 의심자를 추적하는 역학조사 기법 ▷공적 마스크 대란을 평정한 마스크 앱 개발 덕분에 어떤 전염병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모든 초·중·고·대학생까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가능케 한 것도 세계 최고의 인터넷망 인프라와 EBS 같은 교육용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ICT가 우리 생활에 들어온 것은 1990년대 말 정부가 초고속망(ADSL)을 구축하고 전 국민 정보화교육에 나서 지능정보사회를 준비하면서부터다. 당시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급하고 주부·어린이·노인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교육을 시행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인터넷 보편화를 목표로 한 정보화교육은 ICT 강국을 만든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코로나19 퇴치에 ICT가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ICT를 활용한 역학조사에서 개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촘촘한 정보력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일등공신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이전과는 다른 길을 걷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코로나19로 세상은 이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1920년대 대공황 때 슈퍼마켓이라는 박리다매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처럼 코로나19를 경험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본격적으로 디지털 혁신에 나서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제조업은 비즈니스 연속성을 보장 받기 위해서 리쇼어링(Reshoring·제조시설의 국내 복귀 )과 생산거점 다각화가 불가피하다.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공장 구축이 필요조건이자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온라인이 주가 되고 오프라인은 보조역할을 하는 이른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체인징’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비대면 쇼핑·무인유통서비스와 자동화 기반의 원격콜센터가 보편화한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과 온라인 교육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결합한 에듀테크(Edutech) 서비스도 확산 중이다. 정부도 ‘K방역’ 이미지를 활용해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인 ‘브랜드 K’에 바이오·의료 분야 제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실제로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액은 최근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4월에는 역대 최대 수출 규모인 1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8억4000만 달러)보다 29.0% 급증한 수치다.

대한민국은 20년 전 초고속망 설치로 K-방역과 K-에듀의 원동력을 확보했다. 이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시장에 대비하여 규제완화와 혁신적인 ICT 솔루션을 준비한다면 또 한 차례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