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무섭고도 지루한 전쟁이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발병’ 보고로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낸 뒤 이듬해 1월 20일 한국에 상륙했다. 예전 사스 메르스 때처럼 2, 3개월만 조심하면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코로나19는 아시아에서 시작해 유럽 미국 남미 등 순차적으로 전 대륙을 휩쓸며 인류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마스크는 생존 필수품이 됐고, 대중교통 이용 시 미착용자는 승차 거부 대상이 됐다. 미래세대가 기억하게 될 지금 우리는 마스크가 얼굴을 꽉 채운, 마스크족으로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최근 다시 불거진 이태원 발 집단감염이 안정화 단계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확산의 불씨는 여전하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끝날 듯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지는 게 이 바이러스의 습성이다. 한 생태학자는 “바이러스는 종식되는 게 아니다. 조금씩 다스려가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며 에이즈를 예로 들었다. 에이즈 환자 수가 최초로 보고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매년 국내 에이즈 환자는 1000명씩 늘 만큼 종식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끔찍한 바이러스의 잦은 습격까지 가해진다고 생각하면 종종 우울하고 슬퍼진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관련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관련 서적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는데 ‘Uncontact(언컨택트·저자 김용섭·퍼블리온)’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아 소개하고자 한다.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인 저자는 비대면 사회의 변화를 깊이 있게 짚어내면서 이미 여러 언론에서 소개가 됐다. 저자는 언컨택트를 ‘접촉 없이 소통하는 시대’로 정의하며, ‘컨택트를 위한 언컨택트를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사실 우리는 조금씩 언컨택트 시대로 진입하고 있었다.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자율주행차, 드론 배송 등 비대면 사회로 나아가다가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갑작스러운 티핑포인트(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를 맞았다. 막연히 10년, 20년 뒤 정도로 생각했던 언컨택트한 미래에 강제 편입됐고, “불편한 소통보다 편리한 단절을 꿈꾸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류인 만큼 바이러스로 촉발된 언컨택트의 물결을 되돌리지 못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특히 저자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번 기회에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대면 수업을 하려면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줘야 하니 결국 밀도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실력자만 살아남는 시대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 역시 대면 수업에서는 10년 전 강의내용을 용인해 줬을지 몰라도, 비대면 온라인에서는 밑천이 드러난 교수(강사)를 더는 참을 수 없어서다. 언컨택트 시대는 ‘실력으로 가늠되는 세상, 꼼수 및 짬짜미가 더는 통하지 않는 세상’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세계적인 기업의 인재채용 기준이 ‘실력’ 위주로 바뀌는 동안 유독 학력을 중시해온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의 변화가 없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2년 전 백악관 회의 때 4년제 대학 졸업장은 의미 없다며, 당시 미국 내 고용직원의 절반 정도가 학위가 없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등의 평균 근무 연수가 2년 정도로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새롭게 맞아야 할 세상에서 “IT는 교양 같은 것이다”는 저자의 말에도 귀가 번쩍 뜨였다. 언컨택트 사회를 이끄는 코딩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은 공부가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뜻이다. 평생 몸에 밴 컨택트한 세상은 더 이상 없다. 위기가 닥치면 원망할지, 극복할지는 개개인의 몫이지만 100세 시대를 감안할 때 나이 탓을 하며 이 같은 변화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언컨택트한 환경에 맞는 기술적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부터 다잡아야 할 것 같다.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