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다.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 때까지 활동하는 김종인 비대위에 쏠리는 관심은 지대하다. 보수 개혁은 물론 한국정치의 발전 여부를 가름할 소임을 띠고 있어서다. 김 위원장의 바람대로 현 정부의 오류와 한계를 비전과 정책으로 극복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진보, 보수, 중도라는 말을 쓰지 말라. 자유우파라는 말도 쓰지 말라”고 했다. “독일 기독교민주당이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깨닫고 정책 수정을 했듯이 보수, 시장만 고집하지 말고 현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차기 대선 후보와 관련해선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은 시효가 끝났다고 본다. 40대 경제 전문가를 대권주자로 키우겠다”고 했다. ‘창조적 파괴’내지 ‘파괴적 혁신’을 꿈 꾸는 듯하다. 이 판단은 옳다. 현 정부·여당의 잘못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통합당이 2016년 20대 총선부터 각종 선거에서 계속 고배를 마셔온 것만 봐도 그러하다. 말 그대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유권자의 표심을 끌기 어렵다는 얘기다.

문제는 통합당 구성원들이 환골탈태를 위해 김종인 비대위에 힘다운 힘을 실어줄 수 있느냐다. 4·15 총선에서 친이·친박계 수장들이 국회에 진입하지 못함으로써 계파를 척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은 이런 여건 조성에 긍정적이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서 친이·친박계 인사가 러닝메이트를 구성한 데서도 새로운 면모가 보인다. “상도동·동교동계처럼 친이·친박계가 1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이 평가가 오판이 되지 않길 바란다.

김 비대위원장 역시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2012년 한나라당 시절에도 비대위를 맡아 ‘창조적 파괴’ 전략을 구사했지만, 아직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어서다. 진보 보수 중도 등 기존 정당 정체성 규정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는 귀가 기울여진다. 작금의 시대정신은 이념을 넘어 ‘합리’와 ‘실용’이란 새로운 가치를 요망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