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위기가 오고 그 안에서 기회도 찾아온다. 2020년 예고 없이 지구를 휘감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 근현대사에서 유례없는 역경과 처참함을 맛보게 하는 미증유의 대비극이다. 지구가 동강 나고, 나라가 막히고, 동네가 닫히고, 삶이 동굴로 다시 들어간 느낌이다.

이 지구적 변혁에서 돌연 중국의 미래 운명이 도드라지고 있다. 그동안 벌어놓은 외화가 있어 아직 강대국연하는 코스프레를 하지만, 요즘 그리 중국에 주목하는 나라도 없고, 대전염병 발원과 관련한 대가에서도 미국 유럽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홍콩이 그런 가운데 폭풍의 중심에 서 있다. 이전에도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시민의 절규가 글로벌 사회를 안타깝게 했는데, 코로나 충격의 와중에 그들의 삶이 더 중국 품 안으로 들어가는 보안법을 만나게 되었다. 홍콩 시민이 결단코 그냥 있을 리 없고, 코로나 원죄에 몰린 중국 정부 당국자들 역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결국 홍콩 주민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다고 보아야 하며, 이제부터 길고 긴 질곡의 터널로 들어가는 인상을 준다.

여기서 글로벌 사회는 홍콩을 대신할 새로운 아시아 허브를 찾을 것이다. 중국은 홍콩의 위세를 낮추고자 대체의 차원에서 하이난 개발을 한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그저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원래 지정학적으로 아시아 허브는 싱가포르와 부산이 가장 적합하다. 부산에서는 일본 중국 그리고 태평양 작은 나라들과 미주, 오세아니아 모두 커버가 되고, 이젠 북극도 가능하다. 싱가포르는 당연히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가 다 커버가 되고 유럽과 지중해 아프리카 등도 감당이 된다.

부산은 지금부터 자유롭고 활기찬 글로벌 도시가 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동안 부산은 한국의 대표 수출항의 위상을 점점 놓쳐오고 있으며, 이젠 제2 도시 이미지도 불안정할 정도로 도시 경제가 크게 낙후되어 있다. 한때 그 많았던 기업도 도시 안에서는 보기 힘들고 특히 원도심을 포함한 서부산은 동부산에 비해 어둡고, 오롯이 옛 흔적을 안고 산다.

항구도시 부산의 물류와 도시 생산의 원 근거지는 전부 원도심과 서부산이 뿌리인데 오랫동안 여기를 이렇게 냉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지역 주민도 이젠 지쳤나 보다. 홍콩 도시의 옹색한 지형과 비교해보자면 부산은 경제와 산업의 도시로 훨씬 유리하지만, 홍콩의 번영을 서부산 지역이나 부산 원도심은 좀처럼 갖지 못하고 있다. 주민의 거주환경도 열악하고 도시기반이 전반적으로 너무 낡았다.

부산의 이전 생산 지역은 다시 도시 압축과 첨단 도시 기능의 복합화로 글로벌 부산 창조기반으로 재생해야 한다. 사하구와 사상구와 북구의 전반적인 첨단도시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지역은 산업용지가 대개 평지에 배치돼 글로벌 도시 기반을 확충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 김해공항, 신항만, 낙동강을 끼고 있어 복합도시 기능과 첨단지식단지 배치에 훌륭한 지형 여건을 가졌다. 사하구에서 사상구 북구를 잇는 지대를 싱가포르처럼 초고층으로 개발하면 글로벌 기업이 오고, 젊은 인구의 부산 유입이 촉진되고, 미래 일자리형 글로벌 경제 생태계가 조성돼 발전하게 된다. 그 연장선에서 이전의 생산지역인 감만동, 우암동, 적기 용당, 용호동 등의 항구지역을 고도 개발하고 첨단 물류와 지식창조단지로 재생하면 좋겠다.

문제는 추진동력이다. 중앙정부가 부산의 이런 현실에만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재의, 허용된 지방 행정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결국 중앙정부와 부산 시민은 중대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 중차대한 타이밍에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별자치도시로 나아가게 추진해 달라는 것이다.

홍콩의 장래가 이전보다 못한 자유와 개방 상태로 바뀌어 갈 것임은 누구나 안다. 이런 시기에 부산이 제주처럼 특별자치도시의 도시 운영 역량만 가진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 나빠지는 대외환경에 대처하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허브로서도 일당백의 창구 역할을 할 것임은 자명하다. 자유와 개방의 도시 환경을 가진 글로벌 도시 부산, 지금이 타이밍이다.

글로벌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