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스타트업 기업이 상장도 하기 전에 막대한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는 것은 전설에서나 나오는 유니콘(一角獸)처럼 희귀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유니콘 기업 숫자는 한 국가의 창의력·경쟁력과 활력을 반영하는 지표로 인정 받는다.

인구 860만 명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1인당 창업비율이 가장 높은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창업 국가)’의 대표로 떠오른 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이스라엘인이 설립한 유니콘 기업은 20여 개에 달한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은 대략 4300여 개다. 한 해 660여 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태어난다. 이 중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 텔아비브시에는 1800여 개의 스타트업이 밀집돼 있다.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라면 텔아비브시는 창업 국가를 뒷받침하는 창업 도시인 셈이다.

평화가 지상 과제인 이스라엘의 척박한 환경에서 이처럼 많은 유니콘과 스타트업 기업이 배출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스타트업 기업에 친화적인 ‘창업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창업의 3대 핵심요소인 공간(Space)·네트워크(Network)·투자(Investment)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생태계가 촘촘하게 잘 구축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는 어떨까. 창업에서 성장까지 독립적으로 상주할 공간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구하기 부담스럽다. 스타트업 기업에 특화된 체계적인 네트워크 역시 부족하다. 투자 측면에서도 아직 많은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창업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 겪는 자금부족으로 인한 고통의 과정)’을 넘기 위한 자금에 목말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금은 여전히 대출에 의존하는 구조다. 간신히 받은 벤처 자금도 너무나 짧은 회수기간 때문에 금세 빠져나간다. 창업초기 자금조달의 수요와 공급이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09~2017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창업지원기업의 데스밸리 생존률이 50%를 넘었다고 한다. 창업지원기업의 설립 5년 후 생존률은 53.1%로 지원을 안 받은 일반기업(28.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2017년 창업지원기업의 매출은 44.62% 증가해 일반기업(11.02%)은 물론 대기업(7.93%)도 앞섰다. 고용과 매출도 늘었다. 2017년 창업지원기업은 평균 고용인원이 17.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중소기업은 1.54%(대기업은 2.41%) 증가에 그쳤다. 정부 창업지원이 생존율과 고용 부분에서 성과를 낸 것이다.

최근 부산시는 아시아 제1의 창업혁신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 약 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점 추진전략은 ▷거점별 창업 인프라 확대 ▷유니콘 기업 배출을 위한 프로그램 고도화 ▷데스밸리 극복을 위한 자금 지원 생태계 구축이다. 또한 부산창업촉진지구(2833만㎡) 집적화와 부경대 드래곤밸리(용당)·부산대 PNU AVEC(장전동)·한국장학재단 창업지원형기숙사(연산동)·KT&G 상상마당 현실센터(서면) 구축을 통해 거점별 신규 창업인프라도 확대할 계획이다. 새로운 가치를 위해 도전을 준비하는 창업기업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부산시의 이러한 노력에 맞추어 한국예탁결제원도 혁신·창업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네트워크·투자 업무를 통합 지원하는 자본시장형 혁신·창업기업 성장지원 모델(K-Camp)을 추진 중이다. 초기 창업기업부터 상장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Life-cycle)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예탁결제원은 혁신·창업기업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앞으로도 부산의 많은 새싹기업이 사업화 단계에서 자금조달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는 혁신·창업기업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부산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시처럼 창업 국가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창업 도시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에 기반을 둔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예탁결제원도 K-Camp를 통해 지역 창업기업에게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함께 손잡고 멀리 동행하면서, 진정으로 성공을 빌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고자 한다. K-Camp가 지역 창업기업이 성공으로 가는 길에 만난 잊지 못할 ‘베프(best friend)’가 되고 부산이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허브가 되길 바란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