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항만공사(BPA)는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부산항 신항 웅동 2단계(1종) 항만배후단지 조성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경쟁자인 태영건설 컨소시엄(태영건설 75%, 서부산권 산업단지 사업관리단 25%)이 해수부를 상대로 BPA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이 태영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민간투자법이 공공기관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016년 12월 개정된 항만법도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계를 사업 초기로 돌려보니 해수부의 석연치 않은 장면이 다수 목격된다. 애초 이 사업은 민간 공모 사업으로 태영 측인 서부산권 산업단지 사업관리단이 제안한 사업을 해수부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이후 태영 측은 컨소시엄을 변경하면서 최초 사업 제안자에게 주어지는 가점을 받지 못했다. 최대 10점, 컨소시엄 변경 시 5점이라는 규정을 무시한 해수부가 태영 측에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평가 당일 가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에 BPA가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PA 한 관계자는 “태영 측이 가산점을 5점만 받았어도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불만을 가진 태영 측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받고 본안 소송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처분 취소 소송을 내자 해수부는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고 사업에서 빠져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남 사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사업에서 빠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소송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한다. 해수부 입장에서는 소송의 핵심 당사자인 BPA가 사업에서 빠지면 태영 측이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기대한 것 같은데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해수부의 판단 착오로 웅동 배후단지 조성은 몇 년간 늦춰지게 됐고, BPA와 태영은 인적·물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최근에는 해수부가 사업을 재공모하는 등 원점에서 시작하려 하자 태영 측이 다시 소송을 준비한다는 말도 들려온다. 해수부는 자존심 대결에 나설게 아니라 잘못 끼운 단추를 제대로 채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해양수산팀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