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거제도를 방문한 길이었다. 도로 옆 양파밭이 갈아 엎어져 있었고, 그곳에는 한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먹을 만한 것을 고르고 있었다. 전쟁 속 폐허를 연상하게 하는 이 모습을 어떤 모임에서 이야기했더니 코로나19로 학교에 식자재로 공급하지 못해 해당 농산물을 폐기하거나 수확 자체를 포기하는 농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건강과 교육 그리고 지역사회를 비롯한 많은 문제가 학교와 얼마나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지속가능한 도시와 지역사회’. 이는 2015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2030년까지 이행하기로 결의했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일부다.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라고도 하는 SDGs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에 교육 분야 유엔 전문기구로서 유네스코는 이 모든 목표의 달성을 위한 핵심 도구로서 교육을 중시한다. 그 목표는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이다. 유네스코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토대로 ‘교육2030 의제(Education 2030 Agenda)’를 주도한다. 이 의제에서는 ‘양질의 교육’을 위해 국가와 지방 그리고 지역 수준의 ‘ESD 기간’을 운영할 것과 ‘지속가능한 학교’ 프로젝트 개발을 제안한다.

우리는 시대 요청에 따른 이런 의제를 이제 어떤 이상적 목표로 남겨둘 수만은 없다. 이전 방식을 관성적으로 계속한다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학교에도 핵심적인 변화가 ‘강요’된다. 학교 내부로는 ▷온·오프라인에 의한 교육과정 운영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등교지도 및 책걸상 대형 갖추기 ▷과밀학급 해소 ▷위생과 관계되는 학교식당 운영 등으로 힘들어 한다. 학교 밖에서는 자녀 관리에 따른 생활 패턴 변화로 가정이 힘들어했다. 지역적으로는 특히 학교식당 식자재를 생산하는 농가와 공급 업체가 수요 중단으로 힘들어했다. 이렇듯 학교는 단순히 ‘교육의 장’만이 아니라는 것을 비싼 대가를 치르며 되새기는 사이에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격리되게 되었다.

학교로부터 격리된 학생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 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기 학생들이 고립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으며, 인지적·사회적 발달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2007년 미국의 아메리칸대학 데이브 마르코트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학교 교육이 중단되면 당장 배움의 기회를 놓친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 기간이 짧더라도 영향은 지속적일 수 있으며, 이에 발생된 퇴보는 이후에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기능이 학교의 새로운 역할로 요구된다.

그렇다면 학교의 미래 모습은 어떤 것일까? 2001년 OECD에서 발표한 미래학교 시나리오는 ▷관료 시스템과 시장경제 모델에 순응해 현상 유지(Status quo) ▷학교 역할과 형태가 크게 바뀌는 재구조화(Re-Schooling) ▷학교 시스템 붕괴를 포함한 탈학교(De-Schooling)의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중 학교가 사회의 핵심적인 센터로서 ‘재구조화’되어 공교육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지역사회학교(Community School)는 유네스코의 교육권 보장 노력과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학생·가정·지역을 위해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학교로 나아가는 것은 학교가 그 지역에서 사회·환경·문화·경제적으로 여러 공동체의 토대가 되고,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통합적이고 유연한 비전이 될 수 있다.

교육 문제를 지역공동체가 함께 마주하면서 끊임없이 함께 진화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학교(Sustainable School)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학교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인·전 충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