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서울에서는 지방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국가과제인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해나갈 의지가 정부 당국에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가뜩이나 수도권 초집중화의 폐해가 심각한 마당에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 조성을 적극 뒷받침하지는 못할망정 그 부담을 되레 떠넘기려는 건 말이 안 된다. 광역교통망 구축에 있어 비수도권 홀대라는 비판이 나오고도 남는다. 부산 부전~경남 마산 복선전철 조성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처를 보면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년 2월 개통 예정인 이 사업은 50.3㎞의 국가철도사업이다. 내년 하반기 완전 개통되는 동해남부선과 이어지면,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이 단일 생활권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런데 복선전철의 전동열차 도입·운영을 국비로 지원해 달라는 부산시·경남도의 요구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즉, 사업비 3789억 원 전부를 자치단체가 알아서 대라는 얘기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수도권의 광역철도망 건설·운영에 국비를 쏟아붓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지난 7년간 광역철도의 국비 예산에 그대로 나온다. 수도권이 14개 사업에 3조3535억 원으로 전체 94.3%를 차지한 반면, 비수도권은 3개 사업에 2044억 원으로 5.7%에 그쳤다. 수도권 광역철도는 국가가 건설·운영하면서, 비수도권에는 그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셈이다. 게다가 부전~마산 복선전철 사업은 당초보다 변질된 것이라 더 어이가 없다. 20분 간격의 광역전철로 계획되었는데, 정부가 협의도 없이 90분 간격의 준고속열차를 투입하는 걸로 일방 변경해버린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수요 부족과 원인자 부담 등의 이유를 내세우지만, 한마디로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런 논리라면, 비수도권에게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인구과밀인 수도권에만 SOC 투자가 쏠리고, 비수도권은 열악한 인프라로 청년층 유출과 지역 활력 저하 등의 악순환이 거듭될 뿐이다. 정부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건 고사하고, 되레 조장해서야 될 일이 아니다. 수도권 위주의 사고와 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