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보면, 2018년 굿 컴퍼니 공기업 부문 1위,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2년 연속 1위 달성, 세계 국제화물운송 3위와 같은 빛나는 성과와 함께 사원이 1400여 명이라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 큰 공항을 과연 1400명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안전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항에는 보안을 담당하는 사람, 공항 시설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사람,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는 사람 등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합치면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은 실제로는 1만 명이 넘는다. 일하는 사람의 약 90%가 비정규직인 곳, 상시로 필요한 핵심 인력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는 곳이 인천국제공항이다.

그런 인천공항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로 아주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을 당시에도 청년 정규직들이 이를 반대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최근 불거진 논란에서도 역시 가장 크게 언급되는 것이 정규직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노-노 갈등과 ‘청년’과 ‘공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두 가지 이상한 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청년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화를 낸다고 나무라거나,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될 것을 눈만 높아서 오랜 기간 어렵게 취업 준비만 하고 있다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한다. 언제 끝날지 모를 취업 준비, 바늘구멍보다 작아지는 취업의 문, 삶을 지키는 것 자체도 어려운 현실과 미래를 휘감은 불안…. 우리 사회의 전망과 진로가 보이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 둘러싸여 아주 작은 기회라도 자신에게 주어지길 바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큰 잘못일까.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에서 발생한 문제를 기성세대 본인들이 바로잡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앞선 세대나 뒷 세대에게 양해와 설득을 구하는 과정에 더 큰 공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둘째 정규직 노동조합의 반대 또한 내가 생각하는 ‘이상한 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태생부터가 다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합당한 처우를 하는 데 관심이 없는 정규직 노동자, 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괜찮고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논란이 되는 사회, 나는 여기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언론에서도 이 내용을 자극적으로 다뤄 논란을 키우는 것에 크게 한몫을 했다고 본다.

미래통합당의 한 의원은 ‘로또 취업’이라며 청년들을 자극한다. 청년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면서 지금껏 열심히 준비해온 청년들은 어찌해야 하냐고 묻는다. 나는 이들이 정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남발하는 사회, 불평등이 나날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채용 절차만을 조명하는 것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열심히 준비한 청년 대부분은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현재와 같다면, 처우 개선과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청년들은 또다시 공격받을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신의 직장, 평생 직장, 공기업, 정규직이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헐뜯으며 싸우도록 이간질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가려내면서 어떤 형태의 일자리든지 간에 ‘안정성’을 높일 방안을 찾는 것이지 않을까.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데 다른 방안은 없는가? 비정규직은 안정된 일자리가 될 수 없는가? 평생 직장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그렇다면 삶의 안정성을 높일 방법은 무엇일까?

질문이 바뀌어야 하거나 기존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엄창환 심오한연구소 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