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기는 이 정부 들어서부터 이미 좋지 않았다. 그 여파로 청년들 고용 사정은 날로 팍팍해졌고, 코로나19는 외환위기 때와 같이 이를 악화시켰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회에 갓 진출하는 20대 취업자 수는 지난 4월, 전년도보다 15만8000명 줄었다. 4월 기준으로는 신용카드 사태가 터진 2003년 4월(-18만 명) 이후 가장 많다.
20대의 고용률은 54.6%로 1년 새 2.6% 포인트 낮아졌는데, 모든 연령대 중 낙폭이 가장 크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58.4%), 외환위기 때인 1998년(57.4%)보다 낮다. 이런 상황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분기 이후 청년층 고용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노동유연성이 높은 미국도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 1000만 개가 증발했다. 미국 시카고대 베커프리드먼 연구소는 얼마 전 보고서에서 “코로나로 사라진 일자리의 42%는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역사상 9번째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됐다는 어두운 소식도 전해진다.
청년 일자리는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생애 소득 전반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 제대로 경력을 쌓지 못하면 미래 소득과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40년대 생인 필자 또래들이 사회에 진출하던 1970년대에 우리 사회에 변변한 일자리가 별로 없었다. 일제에서 해방되고 자원도 없던 나라가 6·25전쟁마저 겪어 폐허가 된 상황에 우리는 태어났다. 최근 출판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등 공저 ‘번영의 역설’은 번영의 길을 찾은 나라와 가난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라를 살피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크리스텐슨은 1970년대 초 선교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였던 한국의 참혹상을 목격하고 경제개발을 연구했다. 당시 그의 한국인 지인이 울산의 언덕배기 마을에서 작은 수레에 가진 물건 전부와 아내와 아기를 태우고 이삿짐을 나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게 우리가 가진 전부야”라고 말하며 미소 짓더란다.
그는 한국이 가난에 매몰되지 않고 기회와 잠재력을 찾아 번영의 길로 나아갔고, 1960년 1인당 GDP가 155달러밖에 되지 않았는데, 2016년 2만7500달러가 될 정도 번영했다고 적었다. 그사이 우리는 역사상 가장 엄혹한 상황을 극복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성장한 저력과 노하우·경험을 쌓았다.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도전 정신의 상실’이었다. 한국은 할 수 있다는 코란도(Korando-Korean Can Do)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수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창용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 특강을 갔다. 과목은 ‘창업학’. 100명가량 수강생에게 물었다. “졸업 뒤 창업하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손을 든 학생은 불과 10명(10%). 창업학을 듣는 학생조차 이렇다니…. 이 국장은 이후 미국 대학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다고 한다. 결과는 70%였다.
미증유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젊은이들이 눈앞 일상의 힘겨운 싸움에만 매몰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은 여덟 번이나 실패했고, 실리콘밸리의 CEO들은 평균 2.8회의 실패 경험이 있다. 우리 창업 CEO들의 평균 실패 경험 횟수는 1.3회이지만, 우리 CEO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다. 미국 중국의 창업자들은 실패해도 두려워 않고 재창업 또는 재기한다. 창업 실패자의 구직 비용을 지방정부가 보조하고 가산점도 준다. 창업 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하고 사회보험을 제공한다. 실질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우리도 젊은이들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부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도전 정신을 되살리고 도전 엔진을 가동하게 해야 한다. 미국의 신학자 존 셰드가 1928년 펴낸 베스트셀러 ‘내 다락방의 소금’에서 한 말이 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항구에 안전하게 묶어두려고 배를 건조한 것은 아니다.”
홍광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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