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가 본격 전개되는 모양새다. 어제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이 최초 요구안을 각각 제출하면서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낸 최초 요구안의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심의가 지연되면서 법정시한(6월 29일)을 이미 넘긴 데다, 양측의 입장도 팽팽한 상태다. 고시 시한이 8월 5일이라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하는데, 혹여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우선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은 올해 8590원보다 16.4% 오른 1만 원이다. 반면 경영계는 2.1% 삭감한 8410원을 제시했다. 이렇듯 양측의 격차가 현격하니, 심의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요구안에 대해 근로자위원들은 비혼 단신 노동자와 1인 가구 생계비 수준 등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관계법 개정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로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줄어든 점도 고려했다는 주장이다.

경영계는 작년(-4.2%)과 마찬가지로 삭감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지난 3년간 급속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양 측의 이런 입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과거 외환·금융위기에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했는데 이를 동결·삭감하는 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노동계 목소리도 그렇고, 코로나 사태로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이 심각한 타격을 받으며 한계에 몰렸다는 경영계 호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노사 어느 쪽도 100%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각자 입장만 고수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작금의 코로나19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역지사지로 한 발씩 양보하는 게 절실하다. 노동자 생계와 경영 여건 등 제반 요소를 반영한 최적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인상률(2.9%)을 훨씬 웃도는 노동계의 요구안이나, 경영계의 삭감안은 모두 적절치 않다는 인상이 든다. 노사 양측의 지혜와 대타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