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3월만 해도 코로나19 위기가 6월이면 진정 국면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이 있었다.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는 이를 아시아적 현상으로 여기는 이도 있었다. OECD와 IMF 같은 국제기구는 올해 경기전망을 크게 낮췄지만, 곧 1차 유행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상황은 이 모든 예상을 비껴갔다. 유럽 미국으로 퍼지던 코로나19는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대유행으로 이어져 연일 하루 최고 감염자 수를 갈아치운다. 전문가들은 ‘2차 대유행’ 걱정이 많았는데, 정작 1차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도 모를 상황이다.
6월 발표된 IMF 올해 경기전망보고서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대폭 낮췄다. 2 개월 전 발표했던 자체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IMF는 지난 4월 세계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지만, 2개월 후 -4.9%로 대폭 낮췄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4월 -1.2%에서 6월 -2.1%로 조정됐다. 미국은 -8.0%,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12%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을 대표하는 인도-4.5%, 러시아 -6.6%, 브라질 -9.1%, 멕시코 -10.2%도 붕괴 수준의 하락 예상치다. 위안을 삼아야 한다면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상태가 가장 양호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은 소상공인 지원,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수요유발 효과도 컸다. 이 모든 비상행동은 코로나19 위기가 곧 끝나리라는 예상에 기초한 긴급조치 성격이 강했다. 심지어 많은 학자는 코로나19 이후 어떤 세계가 올 것인가를 두고 말 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7월 4일 현재 필자에게는 그 모든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린다. 왜냐하면 코로나 이후 세계에 대한 전망도 중요하지만, 당장 고민할 것은 코로나19 속에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 설비가동률이 63.6%이다.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8번째로 낮은 월별 수치다. 반도체, 조선 생산액은 소폭 올랐으나 자동차 -21.4%, 기계 -12.9%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2~5월 산출 감소가 있었지만, 그 이전 계약된 물량이 있었기에 그나마 생산 가동률이 어느 정도 유지됐다. 코로나19가 유럽 미국 라틴아메리카 등으로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국면에서 신규 중간재 수요가 대폭 감소하면서 전망이 더 좋지 않다.
창원공단 경기실사지수는 이를 잘 보여준다. 경기실사지수(BSI)가 100인 경우 경기가 ‘보통’인 반면, 그 이하이면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증표다. 지난 2분기 경기지수는 50.9로 2017년 이후 13분기 연속 감소했다. 그런데 3분기(7~9월) 경기실사지수는 39.5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2분기 경기실사지수는 50.9였지만, 실제 검증된 것은 23.5로 상황은 예측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설비가동률 63%’는 평균을 뜻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설비가동률 30% 안팎인 기업들도 있다. 대개 설비가동률이 70% 초반대이면 불황이라 하는데, 지금은 그 수준을 훨씬 초월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현금 흐름이 막힌다. 대출도 쉽지 않다. 위기가 오면 은행은 우량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대출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조선·기계·철강·자동차 산업 침체로 어려웠던 동남권 제조업 기업에 코로나19 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 상황이 내년 초반까지 이어진다면 파산 기업도 부지기수 나올 것이다.
지금은 질서 있는 퇴각과 전력 보존이 가장 중요하다. 팬데믹이 끝났을 때, 파산한 기업이 즐비하면 정상화가 지체된다. 현재 중요한 것은 흑자도산을 막는 일이다. 정상 상태라면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이 존속하도록 정부·중앙은행의 지급보증을 통해서라도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대출이 막히고 현금흐름이 끊어진 회사는 무급휴가를 확대할 것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고용유지금 지원을 연장해줘야 한다. 좀비 기업은 정리해야 한다. 이들 기업에서 나오는 실업자를 구제하는 안전망 확대는 필수다.
어느 기업을 살릴 것인가 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 모두 어려운 시점을 통과 중이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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