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모습으로 발견된 사건은 참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 파장을 예측하기 힘들다.

경찰은 박 시장의 전직 비서라고 밝힌 여성 A 씨가 “박 시장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했고, A 씨는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에 나와 지난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고소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숨짐에 따라 이 고소 사건은 관련 법에 따라 수사가 중단되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A 씨가 보호받고, 2차 피해를 입지 않는 일 또한 중요해졌다.

여론은 마치 낫으로 대나무를 쪼개듯 극명하고 빠르게 갈라졌다. 박 시장의 죽음과 관련한 상세한 사항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성추행 고소 사건과 직접적 연관성 여부를 확증하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빠르게 여론은 대립했다.

그 여론의 한쪽 끝에 박 시장에 대한 추모와 그가 이룬 업적에 관한 높은 평가가 있다. 한쪽 끝에는 성추행 고소와 관련한 비난이 있다. 추모와 비난 사이 어디쯤 놀람, 안타까움, 원망, 비판, 비판적 평가를 위한 노력 등이 자리한다. 그런 요소의 틈새 어딘가에 균형감각을 붙들고 총체적인 평가를 해보려는 몸짓이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과제 한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총체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가.

어떤 경우, 판단하는 일은 어렵다. 세상과 사람의 관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거리감 요소도 있다. 가까이 있던 사람과 멀리서 보던 사람의 판단은 다를 때가 많다. 여기에 나쁜 의미의 정치 또는 진영이 가세하면 정말이지 힘들어진다. 좋은 의미가 아닌, 나쁜 의미의 정치와 진영이 뛰어들면 사실과 진실부터 희생될 위기에 처한다. 결론부터 내려놓고, 사실 또는 진실을 거기에 끼워 맞추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실·진실을 무시하거나, 제멋대로 취하고 버리거나, 조작하는 데까지 이르면 극단의 충돌·대립은 피하기 어렵다.

박 시장의 부고를 처음 접했을 때,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할지 버거웠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쏟아지는 숱한 의견 사이에서 생각을 추스른다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이럴 때 다른 이의 생각을 되도록 두루 살펴 이를 자료로 삼아 좀 더 생각해보는 방법을 써보고 싶었다. 페이스북에는 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신학대학 교수가 쓴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열광적 ’순결주의‘의 테러리즘’이 큰 호응을 받고 있었다. 일부를 인용한다.

“‘박원순’이라는 고유명사를 지닌 한 사람이, 7월 10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매듭지었다. 그에게 공적으로 붙여진 이름은 ‘서울시장’이다. 그러나 그는 한 ‘인간’이다. 우리는 이 단순한 사실을 얼마나 자주 망각하는가.” “한국 독일 영국 미국 등 네 나라에서 살아보면서 내가 경험한 것은 어느 사회마다 각기 다른 ‘질병’과 ‘장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는, 한국 사회가 지닌 가장 심각한 ‘악’(vice)은 ‘흑백논리적인 이분법적 사유방식’이다.…어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비판적 토론이 아닌 ‘내 편-저 편’이라는 편 가르기가 먼저 작동하고….”

정제된 기고문이라기보다 SNS에 올린 소회 성격의 글이므로 나름의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고 읽으며, 나는 이 글의 핵심을 ‘인간에 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해했다. 동의한다. 우리 사회에는 확실히 그런 태도가 너무 적거나 연약하다.

내친김에 ‘논어’를 펼쳤다. 인간을 다루면서 동시에 정치(세계)를 깊이 경험하고 사유한 책이므로,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위령공편’의 글 두 편에 눈길이 갔다. “사람이 도를 널리 펼 수 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게 아니다.” 이 대목에서 화들짝 놀랐다. 공자가 관념론자나 일방적 형이상학자가 아니란 점을 확연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일을 행하는 주체로서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직시하자’는 뜻으로 다가왔다. 그다음 문장. “내가 남에 대해, 누구를 헐뜯고 누구를 기리던가? 기리는 일이 있었다면, 분명 그를 따져보았을 것이다. 이 백성들이다, 삼대(하·은·주)에서도 도를 곧게 하여 행하던 바탕은.” 이 대목은 판단할 때 바탕(근거·기준)이 있어야 함을 말한다. 공자는 여기서는 ‘백성을 보살폈는가, 백성을 윤택하게 하려고 애썼는가, 백성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래야 총체적 평가에 다가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자나 강남순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회는 인간에 관해 총체적으로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조봉권 편집국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