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광복절엔 평소와 달리 특별한 위로와 휴식의 의미가 더해질 듯하다. 하루 앞인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 1990년대 초 국내에 택배업이 도입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기사들의 휴식권을 요구했고,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받아들여 성사됐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굵직한 택배회사가 참여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기사님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거들었으니 많은 기사가 광복절과 일요일까지 사흘을 쉬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틀 뒤인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 사흘간의 황금연휴를 만들자는 의견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냈다. “심신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 내수 회복의 흐름도 이어가자”는 취지다. 메르스 사태로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자며 2015년 광복절 하루 앞인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전례가 있다. 4조 원대 경제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택배 없는 날에도 택배를 배달해야 하는 기사가 있고, 황금연휴를 즐길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모든 택배회사가 참여하는 것이 아닌 데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더라도 유급휴일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건 배려와 공감 덕분일 듯. 코로나19를 겪으며 체득한 교훈이다.

내일부터 여행 장려 프로그램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시작하는 일본은 사정이 영 딴판이다. 1조3500억 엔, 우리 돈으로 15조 원을 쏟아 부어 여행 경비의 절반을 보전해주는 정책이지만, 오히려 욕만 얻어먹는 꼴이다. 시기를 앞당기는 통에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일본이다. 사정이 이러니 ‘고 투 트래블’이 아니라 ‘고 투 트러블’(Go to Trouble)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신조 정권의 독선이 자초한 결과다.

그나저나 ‘광복절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는 숙제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 ‘집콕’도, 멀리 가기도 마뜩잖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꺼내든 지침서가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이다. “101은 기초과정의, 입문의, 기본의라는 뜻이 있다.” 김형균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프롤로그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래! 다시 부산 속으로 제대로 들어가보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미국 메이저리그 전설 요기 베라의 말처럼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