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두고 여야 정치권이 뜨겁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속도전이다. 국회에서 공식 제기 후 1주일 만에 ‘행정수도 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를 띄웠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딜레마다. 당 일각에서 찬성 의견이 분출되는 것과 달리 지도부는 부정적 입장이 뚜렷하다. 더욱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 측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공약으로 ‘수도 이전’을 내걸라며 격앙된 반응이다.

이런 와중에 ‘노무현·박정희의 꿈’이란 말이 관심을 모은다. 민주당 TF단장의 발언이다. “국토균형발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자, 1977년 서울시 연두순시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천명하고 같은 해 7월 임시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이기도 했다”는 게 요지다. 여기에는 박 전 대통령도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으니, 통합당은 이 사안을 이념적 대립 혹은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겼을 듯하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와 함께 ‘전국이 개성있게 골고루 잘사는 나라’에 역점을 뒀다. 신행정수도특별법안은 그 일환이나, 위헌 판결로 좌절되었다. 그보다 박 전 대통령이 먼저 행정수도에 힘을 기울였다. ‘수도권 과밀 해소책은 수도를 옮기는 길밖에 없다’는 언급에서 그의 의지가 읽힌다. 당시 100여 전문가를 투입해 건설계획서를 만들었고, 충남 공주군 장기면 일대를 적지로 최종 선정해 설계에 들어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박 전 대통령은 균형발전과 거리가 멀다. 그의 정권이 제1공화국 때 도입됐던 지방자치제를 강제 폐지함으로써 지방의 자율성을 막았다. 게다가 고도의 중앙집권체제 구축과 불균형 성장전략으로 인구·경제력 등의 수도권 집중도를 가속화시켰다는 평가다.

박정희 이후 정권에서도 그 같은 모순이 나타났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기본정책으로 내세우면서도 수도권 인구 유입을 촉진하는 이율배반적 시책을 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나 현 정부도 크게 다를 바 없지 싶다. 결국, 행정수도만 옮긴다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구호처럼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수도권의 과도한 인구를 분산하는 효과는 있겠으나, 또 다른 문제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즉 수도권의 외연만 충청권으로 더 넓힌다는 얘기다. 여권의 행정수도 완성론이 부각된 이후 세종시의 집값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건 한 단면이다.

그와 관련해 또 짚어봐야 할 대목은 모든 중앙부처를 행정수도에 집적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 대신 광역권별 거점을 중심축으로 분산 배치하자는 의견도 만만찮다. 예컨대 지역특성을 고려해 해양수산부는 부산에, 과학기술부는 대전에, 농림부는 전남에, 산림청은 강원도에 두는 방식이다. 부산에는 이미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들이 영도 동삼혁신도시에 클러스터를 형성한 상태다. 그런 만큼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여당이 행정수도에 이어 ‘지역 다극체제 조성’ 카드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정수도 이전만으로 수도권 집중화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일 터다. 얼마전 ‘영남 미래포럼’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세종시 한 곳에만 국가기관을 모을 게 아니라 호남은 문화수도, 부·울·경은 금융수도, 대구·경북은 사법수도, 강원은 관광수도 식으로 국가대개조의 틀에서 재배치하자”는 말이다. 일리가 있고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정수도 이전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나, 그것이 종착역은 아니다. 국가 전체의 균형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 수단이지 그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물론 균형발전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분권·분산·분업의 3대 축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150개가 넘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겼으나,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는 더 깊어졌다. 단순히 지방으로 분산시킨다고 다 해결되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서울 지역에 주택 공급을 마구 늘려서는 수도권 인구 유입만 가중될 개연성이 높다.

국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린 구조는 모든 병폐의 원인이다. 그 뿌리는 오랜 세월 다져진 중앙집권체제에 있다. 국가·행정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체제를 지방분권·분산형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균형발전은 요원할지 모른다. 행정수도 이전은 그 촉매제가 되어야 옳다. 아울러 자치분권을 비롯해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분산, 권역별 특화산업 및 지방대학 육성과 지역 간 협력 등을 통한 분업이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 약발이 들지 않겠나. 국가균형발전은 대통령의 꿈을 너머 국민적 염원이고 우리 모두가 실현해 나가야 할 가치다. 수도권에 살든, 그 외 다른 지역에 살든 모두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