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미국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1990년대에 극명하게 나타났다. 연봉을 자기들 마음대로 인상하는 데다, 의원 품위·부패 문제가 심심찮게 불거져서다. 이로 인해 의원의 당선 횟수를 아예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래야 의회가 다선 노장 의원들의 기득권과 전횡 등에 휘둘리지 않고, 참신한 얼굴로 물갈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관련 법안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근래 프랑스도 의원 연임 제한론이 화두를 이룬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2018년 ‘국회의원 30% 감축 및 4연임 금지’가 담긴 개헌안을 전격 발표하면서다. 선출직은 최대 3번까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3년 전 국민의당 소속 의원이 일명 ‘다선 금지법안’을 발의해 화제를 모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3선까지만 할 수 있듯이, 지역구 국회의원도 4선 연임을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현안에 매몰되는 걸 방지하고, 유능한 새 인물의 정치 참여 기회를 늘리자는 취지가 붙었다. 그러나 법안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올해 4·15 총선을 앞두고는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이 국회의원 3선 제한법과 국민소환제 도입 등의 중점 추진 공약을 내놓으며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는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 차례인 듯하다. ‘같은 지역구에서 3선까지만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정강·정책에 명기하는 방안이 최근 당 특별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개혁이란 명분 외에도, 총선 참패 이후 당의 체질 개선과 변화를 꾀하려는 의지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그간 수구 보수세력의 이미지가 강했던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움직임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채택 여부는 미지수이고,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당내 3선 이상이 많은 부산 울산 경남 의원과 중진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만만찮아서다. 그에 비해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의견도 상당하다니,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국회의원 연임 제한론이 때만 되면 나오고 논란을 빚는 것은 결국 국회와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일 터다. 밥값을 제대로 못 하면서도, 200개가 넘는다는 의원 특권과 연간 1억 원 이상의 세비를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의원 특권 내려놓기’부터 우선 실천하는 게 순리이지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