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지고 있다. 총선 직후만 해도 70%를 웃돌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한 지지도는 39%(한국갤럽)까지 추락했고, 민주당이 압도해오던 정당지지율에서도 통합당에 추격을 허용했다. 지난주 일부 조사에서는 통합당이 민주당을 앞지르기 까지 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4년여만의 일이다. 우여곡절끝에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확인받은 통합당에 활기가 돌고있다.

‘야당 복’에 힘입어 180석의 공룡이 된 여권은 불과 넉달만에 민심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45%)이 ‘정권유지’(41%) 응답을 넘어섰다. 반대로, 그동안 뭘해도 인정받지 못하던 통합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상당부분 희석되어가고 있다. 창피해서 통합당을 지지한다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이 상태라면 ‘야당 복’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 사달이 난 첫 단추는 180석의 폭주였다. 총선 승리에 도취한 민주당은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단계에서부터 제1야당을 철저히 무시했고, 토론절차 조차 생략한 부동산관련법 처리과정은 ‘1당 독재 ’비판을 자초했다. 민생보다는 열성지지층만 바라보면서 독주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거센 후폭풍은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총선 직후, 민주당 소속이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했고, 얼마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역시 성추행으로 피소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박 전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 장(葬)으로 치러 고개를 갸웃하게 했고, 이해찬 대표는 기자를 노려보면서 폭언을 했다. 윤미향 당선자의 정의기억연대 운영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친일파’로 몰면서 끝까지 감싸안았고, 검찰총장이 “명을 거역했다”고 말해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앞장선 ‘검찰개혁’은 ‘검찰길들이기’로 변질돼갔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선 최고위원 후보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 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말해 국민이 아닌 정권이 검찰의 주인이라는 막가파식 인식을 드러냈다.

지지율 하락의 결정타는 부동산정책이었다. 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23차례나 반복된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파동’과 ‘똘똘한 한채’ 지키기는 민심에 불을 붙였다. 급기야 강남 2주택자이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시세보다 비싸게 집을 내놓는 꼼수를 부렸다가, 결국 집을 팔지 않고 청와대를 떠나 ‘직보다 집’이라는 비아냥을 남겼다. 부동산 대책이 먹혀들지 않자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문”이라고도 했다. 집권 3년 반이 지나간 시점에 과거 정권 탓을 하고 나선 것은 무능을 자인한 것과 다를바 없다.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고, 집값폭등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내놓았다가 비판을 자초했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내부비판’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자기진영의 흠집에 대해서는 ‘내로남불’로 일관했고, 극렬 지지층들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내부비판에 거칠디 거친 메스를 들이댄다. 심지어 당권 주자들 조차도 청와대와 정부의 폭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 폭락은 이같은 일들이 차곡차곡 누적돼 터져나온 결과다.

그렇다고 통합당이 뚜렷하게 잘한 것도 없다. ‘윤희숙의 5분’ 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이다. 굳이 찾자면 ‘몸조심’도 추가할 수 있겠다. ‘변화’를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아직 실체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결국 집권당의 실정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제는 반대로 통합당이 ‘여당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역시 신기루가 될 수 있다. 본인들의 실력이 아닌 ‘상대방의 실책’에 기댄 지지율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요 몇달간 국민은 여당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를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지켜봐왔다. 최근의 지지율 변화는 국민의 견제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통합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견제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려면 당 안팎의 인재들을 모두 끌어들여 힘을 모아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통합당이 이뻐서가 아니다. 그래야 민주당도 두려워한다. 균형이 어느때보다 절실해졌기에 하는 말이다.

서울본부장·서울정치부장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