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8일로 기억한다. 다음 해 6월 지방선거를 9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오거돈 전 동명대 총장(당시에는 그를 이렇게 칭했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미 3차례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현재의 여권이 야권이었던 2014년 선거 때는 범야권 무소속 후보로 나서서 49.34%의 득표율로 석패했다.

그의 네 번째 도전은 관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마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 나오면 전폭적으로 밀어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방점은 ‘좋은 사람이 나오면’에 찍혔다. 이후 그의 행보는 알려진 대로다. 정가의 이목은 그의 거취에 쏠렸다. 민주당에 ‘입당한다’ ‘안 한다’로 시간을 끌었다. 입당한 뒤에는 특정인을 지목해 “그가 나오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이어 “그가 나와도 경쟁력이 없으면 양보할 수 없다”고 또 말을 바꿨다.

그가 민주당에서 단수 공천을 받은 것이 선거를 두 달 앞둔 2018년 4월 3일이었다. 공천을 위해 머리를 쓰는 데 짧게 잡아도 7개월을 허비한 셈이다. 시정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을 리 만무하다. 그가 이끈 1년 9개월간 부산 시정의 상황은 목도한 대로다.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불명예 퇴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속한 민주당의 이해찬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부산이 초라하다”고 했다. 그가 부산시의 수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7개월 뒤면 새로운 시장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데자뷔일까. 또 김세연 전 의원, 서병수 의원,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는 형편이다.

국제신문이 폴리컴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지난달 28, 29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서 세 사람은 나란히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의 지지율은 과거의 이력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미래의 부산’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이들의 거취가 ‘부산 문제’를 논할 공론의 장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세 사람은 현재로선 ‘페이퍼 후보’다. 출마가 불투명하다. 부산 시장 선거 출마를 노리는 인사들은 온통 이들의 거취에만 매몰돼 있다.

부산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도약시킬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은 사라졌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세 사람의 책임이다. 애매한 입장으로 이런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김 전 의원의 입장에는 조건이 붙는다. ‘지금은’ ‘현재는’ ‘바뀌지 않은 당에서’ 등이다.

서병수 의원과 김영춘 사무총장의 입장도 해석이 필요하다. 서 의원은 애초 차기 시장의 조건으로 ‘선공후사’‘언행일치’를 제시했다. 본인이 그에 맞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을 지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지역 주민의 여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본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 사무총장은 ‘오거돈 사태’ 직후 “반성의 시간이지, 선거를 말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최근에는 “당이 요청하고 시민의 요구가 있으면”으로 변했다.

특정인의 거취가 쟁점이 되는 퇴행적 선거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다. 국제신문 조사에서 60%가 넘는 시민이 ‘일자리 창출 등 부산경제 혁신’을 차기 시정 과제로 꼽았다. 부산에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다. 차기 시장은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시민의 아우성이다.

시장이 되고자 하는 인사들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 남은 7개월은 후보들이 이 문제에만 집중해도 부족한 기간이다. 김 전 의원, 서 의원, 김 사무총장은 ‘부산 정치’의 자산이다. 부산 발전의 에너지가 폭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출마하든, 그렇지 않든 빠른 결정을 내줘야 한다. 시정을 개인의 정치적 선택지 중 하나로 여겨서는 안 된다. 진심으로 부산의 발전을 바란다면 말이다.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