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얼굴에 쓰는 물건’ ‘병균이나 먼지를 막기 위해 입과 코를 가리는 물건’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사전을 들추지 않아도 마스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마스크는 주로 무엇인가로부터 보호하고 싶을 때 또는 감추고 싶을 때 사용한다. 연예인들의 단골 공항패션이고,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이제 여기에 의미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스크가 생필품을 넘어 생명줄이 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약속을 취소하고, 아이들은 원격수업을 하는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확진자가 거듭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경험을 하면서, 그간 더위를 견디게 해줬던 비말 차단용 대신 KF94가 찍힌 보건용 마스크를 많은 시민이 다시 꺼냈다. 코로나 19 유행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과연 인류가 이 바이러스를 종식시킬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했다. 우리 부산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22일 0시를 기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발령됐고, 일상적 사생활이나 음식물 섭취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실내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실외에서도 집회 공연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마스크는 필수다. 계도기간이 지난 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시행일인 10월 13일부터는 1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이 가장 확실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코로나 퇴치법이라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명 매체는 경기도 파주의 스타벅스 사례를 소개하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N차 감염이 속출하고 있지만, 마스크를 꼼꼼히 착용했던 4명의 직원은 음성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밀폐된 좁은 승용차 안에서 확진자와 1시간이나 함께 돌아다녔는데도, 확진자와 동승자 세 명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덕분에 동승자 모두 감염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미국 치과협회에 따르면 마스크를 썼을 때의 감염확률은 1.5%인데 비해 마스크를 안 쓰고 대화를 나눈 경우 수치가 90%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스크 착용은 모두에게 불편하다. 늦더위가 계속 이어졌던 이번 여름 우리는 이를 확실히 경험했다. 지난 주말 시민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살피기 위해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덥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턱이나 귀에 마스크를 거는 일명 ‘턱스크’ ‘귀스크’를 한 시민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민원인이 마스크를 써 달라는 주민센터 공무원을 폭행해 전치 3주 상해를 입힌 사례까지 나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다. 지금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할 수밖에 없다. 3단계가 되면 실내외를 막론하고 10명 이상 모이지 못한다. 고휘험시설은 물론 목욕탕·사우나, 영화관, 학원, 오락실까지 문을 닫아야 한다. 스포츠 경기는 전면 중단되고, 9시 이후에는 식당과 쇼핑몰 운영도 제한된다. 이는 도시 봉쇄와 맞먹는 수준으로 우리 일상이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의 경우 확산세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이른바 ‘깜깜이 환자’가 많다는 게 문제다. 깜깜이 환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부산시 역시 3단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 마스크만 올바르게 써도 코로나 19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다. 추가 확산을 막고 거리두기 3단계 발령을 늦출 수 있다.

바이러스를 한 번에 KO시킬 수 없다. 현 상황에서는 마스크가 최고 방역수단이고 생명줄임을 거듭 자각했으면 한다. 사회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스크 착용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은 한마음임을 이번 기회에 보여주었으면 한다.

부산시 시민행복소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