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 시나리오는 핵전쟁, 유성 충돌,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 치명적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등으로 예측된다. 일부 학자는 만약 에이즈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면 인류는 삽시간에 멸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19는 확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인 데다 치명률과 사망률이 높아 공포의 대상이다. 이런 위험한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당면 과제가 돼버렸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국내에선 환자가 몇 명 없었지만, 대구 신천지교회발 확산이 시작되면서 대구 경북뿐 아니라 국내 전 지역에 대유행이 시작됐다. 당시 병원들은 초기 대응에서 혼란 그 자체였다. 질병관리본부 지침도 계속 바뀌고 정확성도 미흡했다. 각 병원에서는 기존 입원 환자를 보호해야 했고, 내원객 및 보호자 그리고 직원도 보호해야 할 입장이었다. 해서, 급하게 병원 출입구에서 체온 검사를 하고 선별진료소를 설치·운영했다. 안심병원도 등장했다. 코로나19의 증상은 감기와 유사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뿐 아니라 병원 직원과 의료진도 정확한 지침을 만들기 전까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했다. 지금은 지난 몇 달간의 노하우가 축적되고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따르고 있어 상당히 안정화됐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정부, 자자체, 지역사회, 각 의료기관별로 미리 유기적인 대응전략을 잘 마련해 놓는다면 초기 혼란을 겪지 않고 처음부터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공의료는 국민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된다. 국립대 병원, 지역 의료원, 보훈병원, 원자력의학원, 국립암센터, 보건소 등 국가나 공공이 운영하는 병원이 여기 해당한다. 국내 전체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로 OECD 국가 중 58위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은 한국은 모든 의사가 합법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진료 거부를 할 수 없고, 의료 가격과 시술 범위 및 형태를 국가가 통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광의로 보면 한국은 일부 진료과를 제외한 거의 90%가 공공의료라고 봐도 무방하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복지는 크게 직접 복지와 간접 복지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국가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금을 직접 개인에게 지원하는 방법이다. 인기 관리에 아주 좋으나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후자는 공공의료기관에 시설 및 운영비를 투자해 감염병이나 어려운 환자를 돌보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고용 창출과 함께 여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에도 시설비와 운영비를 투입해 감염병 관리를 통한 국가 위기 극복에 동참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에서는 국가 지원이 충분하고 즉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공공이든 사립이든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족과 자기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원하는 예산은 간단·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고, 추후 철저한 감사를 통해 검증하면 된다.
온종합병원도 음압병상 6개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원받아 설치할 예정이다. 기존 응급실에 1개, 중환자실에 1개, 11개 병동에 1개를 합해 모두 9개 음압병실을 운영할 수 있게 돼 코로나19 치료 등 부산지역 핵심 감염병 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병원장으로서 걱정은 운영비 조달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거쳐 1970, 1980년 경제개발에 성공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언론의 자유와 민주화를 이룬 모범국가도 됐다. 지금은 방탄소년단(BTS) 같은 아이돌과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영화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다. 코로나19 확산 후 정부 국민 그리고 의료인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K방역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2차 유행에 대한 걱정이 앞서지만, 국민과 함께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온종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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