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삼키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올해 역성장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고용·소비·생산 등 경제 전반이 휘청거린다.

이런 상황은 ‘없는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수도권 보다 비수도권의 경제 상황이 더 심각하다. 특히 부산은 인구·산업·소득 등 통계지표가 말해주듯이 ‘경제 절벽’과 마주하고 있다. 부산이 ‘없는 도시’가 된 것이다.

1980년대까지 부산은 제2 도시였다. 부산항을 기반으로 발전한 소비재 산업이 정점을 찍었다. ‘부산직할시’ 시절 관치경제에서 수출입국의 한 축이었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1990년대 들어 ‘부산광역시’는 추락했다. 오죽했으면 1997년 한 대선 후보가 부산 표심을 얻기 위해 ‘부산중흥(釜山中興)’이라는 휘호를 썼을 정도다.

중흥이란 ‘쇠퇴한 것이 중간에 다시 일어선다’는 뜻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4월 공개 석상에서 ‘초라한 부산’이라고 했다. 통계청은 지난 연말 부산이 2024년이면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한다는 분석보고서를 냈다. 지역거점도시인 ‘광역시’ 중에서 ‘소멸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가 부산이다. 쇠퇴한 부산이 30년째 중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30년’을 돌아보면 부산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게 부자연스럽다. 부산은 한반도와 대양을 연결하는 관문이라는 천혜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자갈치 아지매’로 대변되는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시민의 도시이다. 부산의 리더십은 이런 강점을 살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늘 부산의 미래전략이 부실하면 5년, 10년이 지나도 중흥은 요원하다.

그래서 내년 4월에 부산시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새 부산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부산을 만들어야 한다. 선명한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시민과 함께 부산을 변모시킬 에너지를 결집해야 한다. 미래 부산을 그리고 밀어붙일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새 시장은 먼저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흔히 당선되는 기술과 시정을 이끄는 능력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소한 부산에서는 틀렸다. 역대 부산시장들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초라한 부산’이라는 말이 나올 리 없다. 역대 시장들은 ‘행정의 달인’이거나 ‘정치 실세의 대리인’이었다. 둘 다 ‘관리형 시장’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시정의 안정된 관리에 매몰된 시장은 당장의 현안 처리에 급급했다. 정치 실세에게 끌려다니는 시장은 정파에 기운 시정으로 시민의 힘을 분산시켰다.

부산의 미래를 설계하고 정파를 뛰어넘어 시민과 함께 꿋꿋하게 걸어 나가는 정치력을 갖춰야 한다. 이는 시민 통합의 기반 위에서 부산 중흥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부울경의 공동 번영을 일구는 일도 통합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다. 소속 정당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최소한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부산 중흥을 일궈내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도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야도 말 잘 듣는 ‘꼭두각시 후보’, 진영 전투에 능한 ‘싸움닭 후보’로 부산을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는 중앙 정치의 축소판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새 시장은 부산의 미래 발전 비전과 현안에 대해 해법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재탕 삼탕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를 그린 그랜드 디자인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아직도 부산의 미래를 구상 중이라면 자격 미달이다. 선거에 임박해 당이 건네준 공약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시장은 더 이상 용서받기 어렵다. 고민에 고민이 쌓이고, 논의와 논의, 연구와 연구로 맺힌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새 시장은 정치적 성장 가능성이 열린 인물이어야 한다. 역대 시장 대다수는 나이나 정치적 입지에서 시장직이 ‘마지막 자리’였다. 임기와 함께 사라질 시장의 리더십으로는 부산을 바꾸기 어렵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시장 이후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이 있을 때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