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서 모씨의 군(軍) 복무와 관련한 각종 특혜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특혜 휴가, 자대 배치,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의혹 등 의구심은 증폭되고, 해명은 깔끔하지 못하다. 결국 여권은 일제히 ‘추미애 지키기’에 나섰다. 여당인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군 당국, 검찰, 국민권익위원회와 보훈처 등도 일사불란하게 추 장관의 ‘결백’을 뒷받침하는데 여념이 없다. 특혜 냄새가 곳곳에서 풍기는데도 “불법은 아니었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추 장관은 의혹제기에 “소설 쓰시네”라고 말했지만, 모든 의혹과 정황들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추 장관은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고 주문했고, 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확실한 진실은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검찰에 모든 것을 맡기고 논쟁을 중단하자는 말이다. 그런데 추 장관 아들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동부지검은 이미 ‘추미애 사단’으로 채워져있다. 추 장관이 당 대표시절 보좌관으로부터 휴가를 연장해달라는 청탁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조서에서 누락시켰던 주임검사와 수사관은 최근 다시 수사팀에 합류했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아보인다.

‘친문(親文)’ 의원들의 ‘추미애 구하기’ 경쟁은 도를 넘어도 한창 넘었다. 궤변과 억지가 판을 친다. 급기야 안중근 의사까지 동원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추 장관 아들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국헌신군인본분’은 안 의사가 1910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순국 직전에 남긴 최후 글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의원은 “가족이 민원실에 전화한 것이 청탁이라고 하면, 동사무소에 전화하는 것 모두가 청탁이 된다”고 했고, 민주당 서열 2위인 김태년 원내대표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전화나 메일, 카카오톡 등을 통해 (휴가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황희 의원은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버렸다”면서 최초 제보자인 현 모씨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뿐만 아니다. 황 의원은 제보자에게 “단독범”, “공범세력” 운운하면서 범죄자 취급까지 했다. ‘우리편’을 공격하는 공익제보자는 보호할 가치가 전혀 없다는 식이다. 그밖에도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청탁)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우상호), “안 갈 수 있는 군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상찬(賞讚)거리”(설훈). “터무니없는 정치공세가 계속되는 것은 (자식을)군대보낸 어머니들을 괴롭히는 일(김종민), “부모자식 관계를 단절하라는 것이냐”(장경태), “식당에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청탁이냐 민원이냐”(정청래)는 말같지도 않은 엄호가 터져나왔다. 홍영표 의원은 ‘쿠데타세력의 공작’이라고 반격했다. 집권당 의원들의 수준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오만도 이런 오만이 없다. 이번 사태는 법의 문제에 앞서 규범과 공정의 문제다. 서민들의 ‘역린’을 건드려 울화통을 터뜨린 일이다. 권력자와 아들이 관련된 ‘불공정 이슈’이기에 청년과 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 휴가 문의가 폭주한다는 말이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다. ‘조국 사태’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평균적인 상식이 무시당하고 있다. 진영논리만 난무하고 야당은 안중에도 없다. ‘추미애 국면’을 거치면서 야당의 실력도 들통이 났다.

그럼에도 야당 비대위원장은 ‘입맛’ 타령이다. 야권통합과 관련한 질문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내부에서도 충분히 인물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끼리만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단다. 말 그대로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다. 국민의 힘에 대한 지지율이 조금 올라가자 자신들의 실력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전체주의를 넘나드는 집권당의 폭주를 막겠다고 주장하면서 행동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맹’은 힘이 없어서 하는게 아니다. 손을 잡고 더 강한 힘을 만들어 반드시 이기는 승부를 하기 위해서다. 내년 보선이건, 내후년 대선이건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은 모두 끌어들여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명의 인재가 아쉬운 상황이다. 당 안팎의 모든 인재들을 끌어모아 경쟁을 벌이도록 판을 열어주는 것이 비대위원장이 해야할 일이다. 그러면서 야권후보군들의 실력이 드러나게 되고, 국민으로 부터 인정받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게 비대위원장의 역할이고 소임이다. 여당의 폭주를 막는 것은 야당의 힘이다. 야당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제2, 제3의 ‘추로남불’이 재현될 것이고, ‘평등·공정·정의’는 힘있는 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국민을 우롱할 것이다.

서울본부장·서울정치부장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