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수학은 왜 어려운가? 사실 수학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도 쉽지 않다. 대학원생들을 지도할 때 머릿속에 ‘논리적 회로’를 형성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오랜 기간 열심히 공부를 해왔는데도 이렇게 어려울까. 가르치는 방법이 문제일까.
우리 뇌는 본래 직접 보고 듣고 해보면서 익히는 것은 잘하지만 논리적 문제나 추론은 어려워한다.
요즘 인공지능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사하게 반복되는 상황 또는 문제에 대해 사람이 내린 판단과 의사결정 데이터만 충분히 축적하면 이로부터 패턴을 찾아 사람과 비슷하게 모사할 수 있다. 오히려 더 빠르고 일관성도 있다. 많은 글을 학습하여 사람의 언어 능력을 모사하여 번역하고 기사도 쓴다. 병 진단이나 고장 이상 탐지부터 신용평가·주가예측은 물론 운전·연주·작곡도 한다.
앞으로 생각하는 능력과 자아를 갖춘 인공지능이 등장해 사람에게 도전하지 않을까? 당분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인공지능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 설명도 하지 못한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내린 판단과 결정에 대한 데이터를 의미도 모르고 학습하여 흉내를 낼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도 인공지능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자신의 결정과 판단을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 핸들·가속페달·브레이크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조작했는지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많이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득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은 자신의 판단·결정·선택에 관해 설명하고 규칙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비록 불완전하거나 틀린 경우도 많지만.
특히 전문가가 되면 스스로 발견한 요령과 규칙이 많고 정확하다. 전문가가 초보자를 가르칠 때 이런저런 요령과 규칙으로 설명해준다. 골프 레슨을 받을 때 코치가 요령을 많이 가르쳐주지만 그대로 자세와 스윙을 고치면 한동안 오히려 잘 맞지 않다가 곧 더 나아진다. 어렵다는 수학도 동기 부여가 충분히 되어 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많이 풀다 보면 요령과 규칙이 생기고 추론이나 논리적 사고도 발전한다. 단지 그 과정이 길고 지루하여 많은 사람이 중도에 그만둘 뿐이다.
1993년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은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일이든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동안 꾸준한 반복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루 8시간 매일 연습하면 3년 5개월이다. 운동이나 악기 연주처럼 몸으로 체화하는 것보다 수학처럼 논리적 사고나 규칙을 학습하는 것은 훨씬 어렵고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동안 교육학·인지심리학에서 패턴 학습뿐 아니라 규칙·논리·지식에 대한 학습이론과 교육방법에 대한 수 많은 연구가 있었다. 현재의 멍청한 패턴 학습형 인공지능에서 벗어나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추론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 점프하려면 이러한 학습이론, 교육방법, 인지심리학의 발견을 이해하고 응용할 필요가 있다.
1980~90년대의 ‘인공지능 1.0’은 인간의 지식과 판단을 규칙 등으로 표현하고 모사할 수 있다고 순진하게 접근했다가 큰 실패를 경험했다. 근래에 대형 인공신경망 기술이 가능해지면서 패턴 학습 방식의 ‘인공지능 2.0’은 어느 정도 실용화에 성공했다. 지금은 학습된 인공신경망에서 규칙·지식을 추출하고 학습하거나 인공신경망 학습 과정에서 규칙이나 지식을 주입하여 학습시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인공지능 3.0’으로 향하고 있다. 그 답은 그동안 인류가 오랫동안 개발·축적해온 학습이론과 교육·학습방법에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완전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리지만, 패턴 학습을 넘어 규칙과 지식을 추출, 학습, 전수하는 방식을 이미 오래전에 터득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연구와 교육학적 학습이론 연구, 인지심리학 간의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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