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방자치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1988년 제정된 이후 변화된 시대상과 지방행정 환경, 주민 생활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지난 20대 국회 때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안’이 제출된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그 개정안은 당시 여야의 대립에 따른 국회 파행 사태와 무관심 속에 뒷전으로 밀렸다가 결국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여야 정치권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앞장서기는커녕 되레 외면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21대 국회가 개정안을 다시 추진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재 국회에는 종전 안을 수정·보완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법률안 3건이 정부(행정안전부) 입법과 의원 입법으로 각각 제출돼 있다. 그 외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안’도 30건이나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이들 개정안에 대한 병합 심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니 법안 심사와 향후 처리 과정 등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분위기로는 야야가 지방자치법 개정에 공감하는 터라,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전부 개정안과 관련해 가장 혁신적인 내용이라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의 안과 정부안 등에 쟁점이 적지 않아서다. 그 중에서도 자치입법권 보장 부분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 안은 조례 제정범위에 대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로 제한돼 있는 것을 ‘법령에 위반되지 않은 한’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나 행안부는 위헌 논란 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이다.

그뿐 아니라 읍·면·동장 임명방식과 특례 인정 대도시 인구 기준, ‘지방정부’ 용어 병행 등도 쟁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부 이견 때문에 개정안이 지연되거나 표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수도권 집중에 대응해 동남권 연합체를 만들려는 부산 울산 경남에게는 한시가 급하다. 그 설치·운영 근거인 특별지방자치단체 신설 조항이 개정안에 들어 있어서다. 그도 그렇지만 여야는 비쟁점부터 의견을 모으고 이견을 조율해 이번 국회 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