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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고향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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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사업가이자 미술컬렉터인 하정웅(81) 씨는 미술품 기증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93년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 포항 등 전국의 미술관 박물관 대학에 기부한 작품이 1만2000여점이다. 가전판매와 임대업으로 돈을 벌어 수집한 미술품을 대부분 고국에 내놓았다. 자신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뿌리는 한국이라는 생각에서다. 부친 고향인 전남 영암에는 그의 기증품으로 구성한 하정웅미술관이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기증전이 열렸던 2010년, 당시 칠순이 넘은 나이였는데도 술잔을 기울이며 해맑게 웃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돈자랑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습니다.”

총경 승진 후 곧장 시골 경찰서장으로 발령이 난 이에게 “섭섭하지 않느냐” 했더니 대답이 의외였다. “부임지가 제 고향입니다. 얼마나 영광인데요.” 자신이 다닌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상장 수여는 보통 경찰서장이나 우체국장 몫이었다. 서장님의 멋진 제복은 소년의 꿈을 키웠다. 어떤 총경은 무궁화 4개 계급장을 달고 본가를 찾았을 때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나이 든 한국인에게 보편적 염원이 금의환향(錦衣還鄕)이다.

고향에 기부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일명 고향기부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될지 주목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최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을 의결했다. 일명 ‘고향사랑 기부금법’으로 ‘고향세’로도 불린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외지에 사는 개인은 애향 실천에다 세금 혜택까지 볼 수 있고, 돈도 사람도 없는 지자체 입장에선 가외 세수를 올릴 길이 열린다. 고향세는 12년전 일본에서 시작한 ‘후루사토세’와 비슷하다. 유치 과열과 같은 부작용이 없진 않았지만 꾸준히 수정 보완해 현재 후루사토세의 세수는 도입 초기에 비해 6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다만 국내에선 강제성 논란을 의식해 법인은 기부 주체에서 빼고 지자체의 답례품 규정도 없앤 게 일본과 차이점이다.

연어는 태어난 곳 물 향기를 기억하는 유전자를 가졌고, 비둘기는 머리 속 자성물질 덕분에 회귀하는 본능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수구초심이다. 몇년전 부산의 주요 기업인을 대상으로 본향을 조사했더니 부산은 23.7% 뿐이고 경남(47.3%) 경북(20.4%) 등 타향이 다수였다. 어디든 대도시에선 동향인 모임이 활발하다. 자신이 평생 일군 성과를 다른 데도 아닌 고향과 나누는 건 기부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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