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세상이 디지털 특급을 탄 양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가 간 국경 봉쇄로 모두 안방 신세가 된 세계인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물건도 사고팔고, 게임도 하고, 투자도 한다. 곧 가상공간에서 집도 짓고, 글로벌 도시도 만들지 않을까 싶다.

특히 금융투자 시장 변화가 놀랍다. 미국은 이른바 로빈 후드라 불리는 개인 투자가들이 글로벌 투자를 종횡으로 하고, 우리는 동학개미라 칭하는 개인 투자가들이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를 익히고 있다. 세상은 인류 공통 대감염병 창궐이라는 절체절명 위기에서도 한순간에 변한다. 그래서 더 빠르게 변하는지도 모른다.

지구는 아마 이 시간이 지나면 이전보다는 제한된 관계에서 국제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무엇보다 너나없이 자급자족과 안전제일의 교훈이 가장 절실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미 미국은 우리를 포함한 서방 동료들에게 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경제번영네트워크)이라는 선진국기술동맹을 제안하며 글로벌 세상의 코어 리그를 준비하는 듯하다.

개인이고 나라고 이번 일로 나와 가까운 곳이 안전하고 필요한 곳이어야 한다는 인식도 새롭게 각인된 교훈이다.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동쪽에 놓여 있다. 그래서 극동아시아라 한다. 중국이 자유 진영과 교류의 문을 열면서 동아시아라고 조금 확장한 표현이 있지만, 전후 맥락으로 보아 우리 주변국 관계는 다시 극동의 범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태평양전투 주력 부대는 극동사령부였다. 그 유명한 맥아더 장군이 초대 사령관으로 명성을 날린 그 부대이다. 부산 해운대에는 과거 극동호텔이라는 꽤 알려진 호텔도 있었다. 이처럼 극동은 익숙한 이름이다.

요즘 전광석화처럼 주요국 증권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백신 개발 염원이 담긴 일이긴 하지만 흐름상 기세가 그리 약하진 않아 보인다. 그런데 디지털 투자로 각국에서 미국 증시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 양상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증시에는 ‘큰 바위 얼굴 신드롬’이 있다. 같은 조건이면 투자자금은 대형 기업이나 유명한 기업을 선호한다는 비정상적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주가지수도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대표 주식만 선정해 지수를 만드는 현상이 나왔다. 자체 성장 능력도 출중하지만, 마침 팬데믹으로 비대면 세상이 오자 미국의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가는 가히 하늘을 찌른다. 그중 회사 하나의 시가총액이 세계 10대 경제 국가인 우리나라 전체 시가총액을 능가하기도 한다. 3위 경제국가 일본의 시가총액도 이런 회사 2, 3개면 족하다. 미국 증시에만 시가총액이 100조 원 넘는 기업이 100개에 가깝다. 미국 전체 시가총액은 이미 경(京) 원을 넘어 4경 원 대에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은 10경 원 대이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한국과 일본의 미래 경제관계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 당장은 일본의 역사적 책임과 연관한 전향적인 태도 표명과 과거사의 진정하고 수용 가능한 대안이 우리에게 제시돼야 하지만, 그들 역시 엄중하게 돌아가는 세계경제 사정으로 보아 아베처럼 요지부동은 오래가기 어려운 거 같다.

이런 가정을 전제로 먼저 한국·일본의 경제적 논의의 하나는 증권시장의 거래통합이나 상품통합 문제다. 두 나라는 시차도 없고, 여러 시장규칙과 증권법규의 유사성이 적지 않다. 유럽은 무역상품시장은 통합해 유럽공동시장(EEC)을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투자시장은 지금 인근 12개국 주식 50개가 합쳐 유로스톡스(EURO STOXX)라는 유럽투자지수가 개발돼 ETF 등에 운용한다, 유로넥스트라는 거래소 통합시장이 있어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포르투갈이 들어가 있고, 런던시장은 영국과 이탈리아가 같이 운영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각각으로 움직이지만 실제로는 하루 중 주가 변동은 거의 유사하다.

이 문제는 한일 간에 언제라도 나타난다. 부산은 지금 한국거래소를 갖고 있고, 후일 부산의 역할을 더 키울 수 있는 이 문제에 전향적인 사전 대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대략 7000조 원을 넘나든다.

글로벌 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