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또 한 번 가요사를 썼다. 이번엔 BTS가 피처링에 참여한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올랐다.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두 번째 핫 100 1위 곡을 탄생시키며 이번 주 핫 100 차트에선 ‘새비지 러브’ 리믹스와 ‘다이너마이트’가 1·2위다.

BTS신드롬이 문화계 전체로 퍼지고 있다.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슈다. 리더 RM이 그리는 미술품 감상 궤적을 따라 이어지는 팬들의 순례가 좋은 예다. 지난해 6월 팬미팅 차 부산을 찾은 RM이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에 팬들이 몰리면서 ‘BTS특수’를 누렸다.

미술품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RM 덕분에 유명세를 치른 작가 중 한 명이 미국 팝아티스트 카우스(KAWS). X자가 새겨진 눈이 특징인 작품을 만들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그의 작품을 부산에서 볼 수 있다. 부산 해운대 그랜드조선부산 4층 서울옥션부산에서 열리는 ‘카우스 앤 캐릭터-리스틱’전엔 카우스의 피규어와 평면 작품 80여 점을 내놓았다.

오는 16일부터 부산미술협회가 주최하는 ‘2020 BFAA 국제아트페어’가 BEXCO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올해 40년째를 맞는 부산미술제와 겸한 부산 미술인들의 축제이자 부산 미술 애호가를 위한 미술품 장터다. 1500여 점의 다양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BEXCO 제2전시장과 이웃한 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 그리고 해운대 바닷가의 서울옥션부산까지 잘 엮으면 한나절 여유를 즐기기엔 그만이지 싶다. 또 하나의 코스가 더 있다. 낙동강 하구의 부산현대미술관과 원도심인 부산 중구, 그리고 영도를 잇는 부산비엔날레 동선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코로나19에 찌든 마음을 다독여줄 때도 됐다. 마침 1단계로 하향 조정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기본수칙을 제대로 지킨다는 전제 아래.

천고마비의 계절엔 중국의 흑역사가 담겼다. 옛날 흉노족이 이 무렵이면 중국 변경을 휩쓸며 식량을 약탈할 준비를 했다는 것. 천고마비란 곧 적이 침략할 터이니 준비하라는 경고음인 셈이다. 오죽했으면 이 우환 덩어리를 해결하려고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았을까. 하지만 이를 독서의 계절로 만든 건 사람의 힘이다. 이 가을 코로나19를 이기며 그림(미술품) 보기 좋은 계절로 만드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